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도 말 못하는 사연은?
L씨는 아내와 3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연애라기보다는 L씨의 일방적인 구애로 결혼할 수 있었다고 해야 맞다. 평범한 직장인인 L씨에게 아내는 하늘의 별이었다. 그녀는 L씨보다 학력이 더 높았고,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를 그런 조건 때문에 쫓아다닌 건 아니었다. 처음 보는 순간부터 그녀를 좋아했다. 오랜 짝사랑, 그리고 그보다 더 긴 구애 끝에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심지어 그녀조차도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내는 서슴 없이 “난 당신만큼 열렬하지 않다.”고 했다. 사실 그녀는 순수하고 착한 L씨의 심성에 끌렸을 뿐, 그에게 열정적인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뭐라 하든 L씨는 자신과 결혼해준 그녀가 고마울 따름이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아내가 워낙 바빠 아이를 갖는다는 건 당분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말이 부부지, 아내는 일을 핑계로 회식이다, 출장이다, 자주 집을 비웠다.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이다.
어느 날 L씨는 우연히 아내의 메일에서 그녀가 한 남자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았다. 아마 출장지인 듯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메일함을 확인하니 아내는 그 남자와 뜨거운 내용의 메일을 주고 받고 있었다.
L씨는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내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으로 끙끙 앓고 있을 뿐이다.
혹시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걸 아내가 알면 아마 당당하게 이혼하자고 할 것이다. 그것이 두려운 L씨는 아내가 정신차리고 자신에게 돌아와 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L씨는 오늘도 아내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더 잘해주려고 애쓰고 있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속마음을 숨긴채.
감정 교류 없는 관계는 사랑이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지라도 감정의 차이는 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상대는 나를 덜 사랑할 수도, 더 사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손톱만큼의 차이가 아니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로 유지되거나 맺어진 남녀관계는 그 뿌리가 약해서 감정의 변화나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사람 좋아하는 데 조건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조건은 분명 상관이 있다. 조건 좋은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든 좋아해보려고 애쓰게 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심리이다. 그래서 한쪽이 너무 기우는 남녀관계는 서로 피곤하다. 잘나지 못한 쪽은 잘난 상대가 혹시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나고, 잘난 쪽은 상대가 열등감을 느끼거나 의심하지 않을까 신경쓰게 된다.
때때로 남녀관계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한쪽이 매달리면 다른 한쪽은 관계의 지배자가 된다. ‘저 사람이 나한테 목을 매고 있구나’싶으면 언젠가부터 그 사랑에 고마워하기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하기 쉽다.
애쓰지 않아도 유지되는 관계에 대해 긴장을 덜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런 마음을 갖게 된다.
남녀가 맺어지려면 충분한 감정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관계는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 급기야 속에서 혈관이 터지고야 만다. 이런 물리학적 원리가 아니라 남녀가 양쪽에서 균형을 맞추는 ‘사랑’의 원리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는 ‘우리’라는 연대감이 있어야 한다. 한 이불을 덮고 잔다고 함께 하는 관계는 아니다. 서로의 꿈을 함께 나누고, 자신의 꿈에 대해 상대로부터 지지를 받고, 그러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발전하는 것이다.
짝사랑도 사랑이다. 하지만 그런 사랑은 혼자일 때 하는 것이다. 부부라면 결코 상대를 혼자 놔둬서는 안된다. 부부는 쌍방향의 관계다. 사랑도,때론 미움도 쌍방향으로 오고 가면서 부부는 모든 것을 함께 한다. 어느 한쪽이 마음을 닫아 일방통행이 된다면 그건 곧 불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