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아내는 돈이 없다고 그를 떠나다...
40대 초반의L씨. 그렇게 나이도 많지 않은데, 그는 벌써 이혼을 두 번이나 했다. 첫번째 결혼은 많은 후회와 아쉬움 속에 끝났다. 아내가 그렇게도 말렸건만 오랜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빚보증을 섰다가 그가 부도가 나면서 가진 것 모두를 잃었다. 결혼 5년, 불과 30대 초반에 그는 이혼남이 되었다.
이후 몇 년 동안 이 악물고 노력해서 빚도 다 갚았다. 생활력이 강했던 그인지라 그냥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자 주변에선 재혼을 권했다. 첫 결혼의 실패가 자기 때문인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재혼을 한다면 자신이 양보해서라도 가정을 꼭 지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가 중매로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센스 있고, 활달한 성격이었고, 무엇보다 L씨 딸을 친딸처럼 대해주었다. 친정이 어렵고,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그녀의 상황이 마음에 걸렸지만, 애 딸린 이혼남 처지에 다 갖춘 사람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으로 그녀와 재혼했다. 초혼인 그녀를 배려해서 수천만원을 들여 연예인 못지않게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두 번째 아내는 돈이 많다고 그와 결혼하다...
그런데 결혼한지 얼마 후 그녀의 씀씀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한 달에 생활비를 5백만원 요구했고, 모자란다고 더 달라고 한 적도 많았다. 돈이 없으면 모를까, 부부 사이 나빠지면서까지 돈을 아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에 얼마간은 참고, 그녀가 달라는 대로 주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녀의 거짓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딸 아이 영어학원비라며 매달 수십만원이나 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아이는 3-4만원 밖에 안하는 영어학습지를 하고 있었다. 또 친정엄마가 백내장 수술을 한다고 해서 수술비 하라고 수백만원을 줬는데, 안부 전화를 받은 장모는 멀쩡했다.
도대체 그렇게 빼돌린 돈을 어디에 쓰는 것일까? 한번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다 거짓 같았다. 급기야 아내가 돈보고 자신과 결혼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아내를 추궁했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빼돌린 돈을 친정 동생들 학비며, 생활비로 주고 있었다. L씨는 아내가 애처로우면서도 자신을 속인 것, 특히나 딸의 교육비까지 챙겨서 친정 먹여살린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의붓딸까지도 돈봉투였던 것이다.
남들은 바람핀 게 아니니 다행이라며, 2번이나 이혼을 하면 정말 낙오자가 된다고도 했다. 그도 그런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부부의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 건 힘들었다. 이렇게 해서 L씨는 재혼 2년 만에 다시 이혼남이 되었다.
상대 진심 알겠다고 자신의 진심 속이지 말라...
그 뒤로는 여자 만나는 게 두려웠다. 외로운 마음에 한두명 만나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돈을 보고 접근한 것 같아 이내 헤어졌다. 딸 아이 잘 키우면서 혼자 살겠다고 결심했다. 여자가 그리우면 술집에라도 가면 되지, 생각했다. 하지만 1-2년이 지나면서 혼자 딸 아이 기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또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혼자 늙어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첫 아내는 자신이 무일푼이 되자 떠나갔고, 두 번째 아내는 돈만 밝혔다. 돈에 울고 웃는 부부관계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후에는 여자를 소개를 받을 때 자신의 경제력을 숨겼다. 돈이 없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L씨는 이제 상처 없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왕자님이 거지로 변장해서 진실한 사랑을 찾는 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L씨는 여자의 진심을 알아보겠다며 자신의 진심을 속이고 있다. 이전의 상처로 인해 그의 마음이 닫혔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 것은 다른 여자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의경제력을 뒤늦게 알게 되면 상대는 그가 자신을 못믿어서 사실을 감췄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진실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L씨는 어렵게 다시 재혼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재혼보다 여자에 대한 믿음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