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방영되었던 <파리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연애? 같이 밥 먹고 바래다주고, 원하지 않아도 도와주려고 그러고, 큰 상처 안주려고 작은 상처 주려고 애쓰면 연앤가?"
그게 연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건 연애를 하는 당사자의 마음에 달려있다. 사랑에는 공식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문제는 남들이 말하는 사랑에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 자신이 꿈꾸던 사랑이 아니라고 헤어진다면...
스물 여덟의 직장여성 K씨는 낭만적인 애정관을 갖고 있다. 그녀가 꿈꾸는 사랑은 만난 지 한달, 백일, 일년, 첫 눈 오는 날, 첫 키스 한 날, 이런 날에 애인에게서 특별한 선물을 받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1년 365일이 다 기념일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다. 그녀의 남친은 무던한 사람이다.
그녀의 스케쥴대로라면 첫 만남 다음 날 바로 데이트 신청을 받았어야 하는데, 남친은 무려 2주일 만에 전화를 했다. 한달, 백일은커녕 그녀의 생일도 제대로 기억을 못해 하마터면 헤어질 뻔 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연애가 아니기 때문에 남친과 헤어져야 할까? 남친은 그녀가 바라는 것을 반의 반도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와 헤어질 생각이 없다. 비록 꽃다발과 달콤한 키스가 자신의 몫이 아닐지언정, 그런 허전함을 채워주는 감정의 충만함이 있기 때문이다.
***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만난 그 사람이 바로 운명이다
첫 눈에 반하는 열정적인 감정만이 사랑이 아니다. 같이 있지 않으면 가슴 찢어지도록 아픈 것만이 사랑이 아니다. 한달간 못만났는데도 내 심장이 멀쩡하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의, 혹은 그녀의 사랑을 의심하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랑은 일종의 미신처럼 주입된 것일 수도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익숙해진 허구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티격태격 싸우며 지내온 동창이, 직장동료가 어느 순간 특별한 존재로 다가오는 것, 소개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역시 운명적인 사랑이다. 세상의 반이 여자고, 나머지 반이 남자인데,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그를,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 운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사랑은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를 만나기 100m 전부터 긴장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사랑을 의심하지 말라.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을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랑의 공식에 짜맞추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 당신의 사랑은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순간 부딪히는 상황, 상대와 주고 받는 말과 행동들 속에 빚어지고 익어가고 있다.
당신의 사랑은 추측보다 확신, 막연한 기대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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