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그렇게 하품만 연거푸 나왔는지 오후 내내 참을수록 커지는 내 입을 급기야는 들킨거지... 그대의 긴 한숨 그대 지루함의 작품 우리들의 권태기를 상징하는, 그대가 나에게 질렸다는 걸 말해주는 너무너무 너무나도 가슴 아픔...」
권태기에 대한 어느 가요의 가사 몇 구절이다.
올해로 남자친구와 연애 4년째 접어드는 L모씨(27세)도 이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다. 한창 서로에게 몸이 달아있을 땐 친구들은 뒷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친구들 모임에 빠지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모임이 데이트 약속과 겹칠 땐 데이트를 미루기까지 한다. 친구들은 ‘우정의 놀라운 승리’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L모씨는 권태기가 아닐지 가슴이 철렁한다.
연애하는 커플들을 보면 처음의 열정이 식어 서로 식상하게 지내게 되면서 ‘사랑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헤어졌다가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구나 연애를 하게 되면 눈을 멀게 했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상대의 실체를 보게 되고, 그러면서 실망하는 시기를 겪게 된다. 그것이 권태기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식어가는 자신이나 상대의 모습을 발견하면 괴로운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극복하면 더 깊고 성숙한 관계를 맺게 되는 건 불변의 진리이다. 나도 그런 과정을 거쳐 결혼했다.
문득 애인을 만나는 것이 즐겁지 않다면 사랑을 의심하기 전에 권태기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권태기는 감기와 비슷하다. 잘 다스리면 쉽게 지나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질병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무조건 예전처럼 사랑해주지 않는 애인을 원망하지 말고, 나에게도 문제는 없는지 반성해보고, 그렇다면 같이 풀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1. 권태기임을 인정한다. 식어가는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 애인 탓만 하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괜찮아질 거야..’하는 자기 위안으로 상황을 피하려 들면 멀어져 가는 애인의 뒷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관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상황을 받아들이면 해결책이 눈에 보인다. 많은 대화를 통해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2. 만남의 패턴을 바꿔본다. 휴일에, 늘 둘이서, 이런 만남의 패턴에서 벗어나보자. 주변 친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하고, 평일날 근무가 일찍 끝나는 날 무작정 애인의 회사로 가서 놀래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때면 당연히 만난다는 식상함보다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데이트는 설레임을 준다.
3. 만남의 기한을 정해본다. 만나서 서로 티격태격하고, 괜히 상처만 주게 된다면 극약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시한부 만남을 가져보는 것이다. 앞으로 한달, 혹은 두달 만나면서 관계가 나아지지 않으면 헤어지자는 충격요법이다.
두 사람의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함으로써 조금 더 노력하고, 한발 물러서는 양보심을 통해 권태기가 극복될 수도 있다.
사랑의 유통기한을 걱정하지 말라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독일영화가 있다.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한 노부부가 마법에 걸려 잉어가 되는데, 3년 동안 변치 않는 사랑을 지키는 커플을 만나야만 사람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마법을 풀 수 있는 주문이 3년 동안의 변치 않는 사랑인 것을 보면 사랑을 오래 지켜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애인을 만나기가 귀찮아지고, 만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면, 단점만 눈에 띈다면, '애인과 헤어진다면‘이란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면 권태기에 접어든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면 애인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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