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이 채 안되는 K씨 커플은 얼마 전 이혼을 결정했다. 결혼 초부터 성격차이로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몇 개월 남짓한 신혼기간을 싸움으로 보내면서 “아이가 없을 때 이혼하는 게 낫다”고 의견일치를 본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히던 두 사람이 유일하게 생각이 일치한 것이 이혼결정이라니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커플이 비일비재할 것 같아 염려스럽기도 하다.
15쌍 중 1쌍은 결혼결정 후 파혼하거나 결혼 후 얼마 못가 이혼한다는 통계가 있다. 조건이 맞는다고 잘사는 것도 아니고, 조건이 안맞는다고 못사는 것도 아니다. 조건보다는 결혼생활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가 부부관계를 결정짓는다. 그래서 결혼결정 후 결혼할 때까지 일정기간 결혼적응기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부부의 갈등은 함께 살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한 준비가 없다면 많은 상처를 입게 된다.
갈등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이다. 결혼 준비과정에서 양가의 문화적 충돌, 그리고 부부로서의 예행연습 부족이다.
만남과 연애시기는 많은 대화와 약속을 하며 신뢰를 쌓아간다. 결혼을 결정하면 이제 그 약속들을 지키며, 신뢰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다. 더구나 연애할 때는 두 사람뿐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이 등장한다. ‘결혼은 한 침대에 6명(당사자, 그 부모들)이 자는 것’이라는 말이 딱 맞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융화가 시험받는다. 결혼식, 신혼집 마련, 혼수 문제 등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족들이 얽히게 되는 이 상황을 조화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갈등은 심화된다.
흔히 결혼적응기라고 하면 부부가 함께 살게 되면서 겪는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정도로 인식되지만, 사실 부부는 연애하면서 서로를 웬만큼 안다. 정작 적응이 필요한 관계는 당사자와 상대의 부모, 양가 부모들끼리이다. 결혼적응기에 당사자와 집안의 조화가 이뤄지면 조건이 안맞거나 의견이 다르더라도 잘 넘어갈 수 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한 어머니가 있다. 상류층 집안으로 명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아들이 가난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어머니는 며느리 집안 형편에 맞춰 결혼준비를 했고, 상견례와 예식도 검소하게 치뤘다. 이런 배려에 감동받은 며느리는 결혼 후 정말 시어머니에게 잘하고 있다. 알고 보니 부부는 결혼 전에 양가 부모를 자주 만나 정을 쌓고,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고, 함께 고민했다.
이렇듯 결혼에서 쟁점이 될 만한 문제들을 충분히 대비하고, 설득하는 노력이야말로 결혼적응기에 꼭 해야 하는 일이다. 이 시기에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헤어지는 것이 낫다. 어떻게 보면 결혼적응기는 헤어짐으로써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당사자들끼리만이 아니라 상대 가족과 적응하는 것은 결혼의 의무이다. 결혼은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진정한 가족의 역할이다. 가족이 힘이 되느냐, 짐이 되느냐는 여기서 확연히 구분된다.
상대 가족과 연애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결혼적응기야말로 행복한 결혼의 전제조건이다. 그렇게 되면 가족은 진정한 힘이 된다. 하나의 가정은 남녀의 사랑으로 싹이 트지만,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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