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재의 청춘소설 <젊은 느티나무>는 이렇게 시작된다.「그에게선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연정을 품은 남자에 대한 느낌이 이보다 더 감각적일 수 있을까. 그만큼 냄새는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디서 보니 후각은 가장 먼저 발달한 감각기관이고, 기억과 감정을 조절하는 뇌와 직접 연결된 유일한 기관이라고 한다. 사람의 향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이미지 형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올해 서른의 L모씨는 냄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대학 동아리 후배를 2년 동안 연모하던 그는 많은 공을 기울인 끝에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 교제를 시작했다. 타과 학생들 입에도 오르내릴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에 그녀와 만난다는 것이 그에게는 행운이자 영광(?)이었을 정도였다. 교제가 몇 개월 이어지면서 그녀와의 스킨쉽도 단계를 밟아가며 깊어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녀의 몸에서 나는 심한 악취를 맡고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알고 보니 태생적으로 나는 냄새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냄새를 한번 맡고난 후부터 그녀에 대한 감정이 스물스물 가라앉는 것이었다. 어찌 어찌 멀어지기 시작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깟 냄새 때문에 여자와 헤어지다니, 그게 진정한 사랑이냐?’하고 힐난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별한 향기를 갖고 싶어하고, 또 그 향기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남자가 끌릴 수 밖에 없는 여자의 향기..그것은 값비싼 유명향수가 아니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섞인 온갖 향수 냄새에 코를 쥐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그 사람의 향기는 단지 샴푸와 비누를 바꾼다고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가꾸고, 단지 외모가 아닌 내면의 건강과 아름다움까지도 관심을 기울여온 삶이 그 사람의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향기로 피어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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