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미인을 만났던 그는 아직도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
40대 초반의 그는 연봉 2억 이상을 받는 전문직 종사자이고,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세련된 스타일, 인상도 준수한 편이다.
그런데 마흔을 목전에 두고도 아직 미혼이었다.
내가 그를 만났을 때는 이미 여러 결혼정보회사를 전전하며 200번 넘게 맞선을 본 후였다. 조건은 완벽했다. 그럼에도 본인 말대로 하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데는 물론 이유가 있었다.
그가 원하는 여성은 나이가 20대 중반, 외모가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2가지만 갖추면 나머지는 상관없다고 했다. 집안도, 학벌도 안보고, 직업은 말할 필요도 없고, 결혼할 때 혼수도 필요 없다는 것이다.
25~28세의 외모가 뛰어난 여성들을 수십명 찾았는데, 그중 일부는 남성의 나이가 많다고 거절했고, 또 일부는 남성이 거절했고, 서로 호감 있다고 한 몇 케이스는 만남이 이뤄졌다.
하지만 남성은 대부분 자신이 생각한 외모가 아니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서너번 반복되었다.
실제 만남은 10여건에 불과했지만, 매칭은 수백건이 이뤄진 것이다. 소개가 난항에 부딪히자 다시 그를 만났다.
“꼭 여성 나이가 20대 중반이어야 합니까? 15살 이상 차이가 나는 건데, 00님의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그 나이 때 여성이 40대 남성을 만나는 건 일단은 부담스럽거든요. 나이를 좀 올리면 어떨까요? 좀 더 현실적으로.”
그러자 그는 말없이 사진 한 장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젊은 여성의 사진이었는데,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미인이었다.
“이런 여자 찾아주세요.” 20대 중반에 만났던 동갑 여성의 사진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자수성가하신 분들이라서 부유했지만, 검소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여유있게 자란 그녀는 밝고 명랑했지만, 사치스러웠다.
그래서 부모님은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와 결혼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아들이 뒷감당하느라 평생 고생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님 반대가 너무 완강했고,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많은 여성들을 만났지만, 그녀만큼 예쁘고 자신을 매료시킨 여성은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