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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지 말고, 장가를 오게 하라]
선우 | 조회 5,050 | 05.20.2010
<19 그리고 80>이라는 연극이 있다. 19세의 헤롤드와 80세의 모드가 나이를 초월해서 진정한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이 커플은 물론 극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연상연하 커플이 늘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새로 결혼하는 커플 열쌍 중 한쌍 이상이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라는 통계청 발표도 그렇고, 전문직 여성과 연하남 미팅에 의외로 남성 참가 희망자가 많은 것을 보더라도 남녀 나이차가 서너살이라는 전통적인 결혼의 공식이 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상연하 커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데는 우선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되면서 적령기를 넘긴 능력있는 여성, 소위 하이미스층이 형성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하이미스들은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쌓은 사회적인 지위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원하는 결혼상대를 찾는 데 적극적이다.

올해 서른 넷의 동시통역사인 K모씨의 경우 두 살 아래의 남성과 교제 중인데, 그녀는 박사과정에 있는 남친의 학비를 일부 보태주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별 부담은 없다. “남자가 여자보다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과거의 가치관이다. 결혼이란 각자 가진 장점을 합쳐서 서로를 보다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일할 때 그 사람도 공부한다. 둘 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이렇게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여성들은 스스로를 남자의 보호대상이 아니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더 이상 마초맨같은 근육질의 남성들에게 열광하지 도 않는다. 오히려 꽃미남, 메트로 섹슈얼이니 해서 다소 여성취향의 감성적인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강한 여성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고, 장기적인 경제 침체 속에 여성의 능력과 적극성은 미덕이 되고 있다. 여성의 경제력이 결혼 조건 1순위로 떠올랐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 있는 전문직 여성들의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요즘처럼 맞벌이가 일반화된 시대에 누가 누구를 부양하고, 누가 가장이고, 이런 식으로 부부 역할을 규정하는 것이 때로는 무의미하다. 그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더 많은 아내를 위해 집안 살림을 맡는 주부 남편도 있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를 위해 처가 근처로 이사하는 남편들도 늘고 있는 등 가정이 시대의 요구에 맞게 재편되고 있다.

이 시대 여성들은 변화라는 이름의 고속철에 탑승했다. 나는 여성들이 전통적인 결혼의 틀, 또 그 만남의 방식에 억지로 자신을 꿰어맞추지 말고, 가능하다면 더 당당하고, 더 잘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결혼에 안주하지 말고, 가정이든, 사회이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 또한 자기 능력을 배가하여 남자신부를 맞이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말하자면 시집가지 말고, 장가를 오게하는 것이라고 할까?

남자신부는 얼마 전 신문에서 소개된 바 있는 ‘트로피 남편’과 비슷한 개념이다. 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편을 일컫는 트로피 남편처럼 남자신부도 아내로서의 의무를 강요하기보다는 아내의 발전에 필요한 외조를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남편이다.

결혼은 나이는 몇 살 차이, 연봉은 얼마 이상, 이런 공식에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어울리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적인 성공을 꿈꾸는 여성이라면 나이가 좀 어리고, 경제력이니 학벌이 좀 낮아도 남자신부를 만나 외조를 받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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