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전 존 케리의 가족사진에는 부부와 다섯명의 자녀가 등장한다. 케리는 첫 부인에게서 두 딸을, 재혼해서 아들 셋을 얻었다. 결혼커플 50%가 이혼을 한다는 미국 사회는 이제 이혼, 재혼을 거친 대통령 후보의 가정사는 크게 문제삼지 않을 정도로 이혼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다.
우리의 경우 OECD 국가 중 이혼율 2위, 그리고 부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이혼하겠다는 사람이 34%나 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치관은 이혼에 대한 빗장을 완전히 풀어놓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괴리 속에 하루 400쌍 가까이 생겨나는 이혼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올해 서른 여덟의 K씨는 결혼 후 1년 만에 이혼한 후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했지만, 8년 동안 재혼과 독신의 기로에서 고민해왔다. 경제적, 사회적 성공과는 별도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열등감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이혼자 의식 조사를 보면 이혼을 후회하는 경우가 18.6%, 후회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자녀문제, 외로움, 경제적인 어려움, 주위의 시선, 자기 혐오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급증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이혼을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이혼 방지와 이혼 후유증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혼자 스스로의 인식변화이다. 결혼은 삶의 한 방식일 뿐,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이혼이 무슨 범죄도 아니고, 세상에 주눅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혼 증가는 재혼 증가로 이어진다. 재혼은 이혼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다. 하지만 삼혼, 사혼도 늘고 있는 것을 보면 재혼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재혼 부부 중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이 많다는 것은 또 한번의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혼인신고는 가정과 자신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재혼시 고려하는 배우자 조건을 보면 남녀가 약간 다른데, 남성은 성격, 가정환경 및 자녀사항, 외모 등을 여성은 성격, 경제력, 가정환경의 순이었다. 초혼이든, 재혼이든 배우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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