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은 대화 단절이다. 부부도 각각 인격과 개성을 가진 독립된 개체이니,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부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며,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고 있어야 한다. 서로 말만 잘 통하면 이혼사유 1, 2위를 다툰다는 성격차이나 성적 부조화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일본에서 얼마 전 30-40대 주부 609명을 대상으로 성생활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 남편과의 성생활이 매우 즐겁다고 답변한 주부들의 하루 평균 부부 대화시간은 2시간 이상, 반면 “전혀 즐겁지 않다”는 쪽은 30분에 불과했으며, 이들의 39%는 불륜을 경험했다고 한다. “매우 즐겁다”는 주부의 경우 불륜 경험 비율은 8%였다.
우리의 얘기는 아니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 않은가. 결국 대화를 많이 하는 부부가 성생활은 물론 두루두루 원만하다는 얘기다. 결혼이란 혹 마음에 안드는 상대를 만나도 두어 시간 꾹 참으면 되는 미팅과는 전혀 다르다. 감정을 억누르고, 하고 싶은 말 안하면서 몇 해나 살 수 있겠는가?
미국의 해학시인 오그던 내시의 시 중에는 <결혼이란 잔에 사랑을 가득 채우고 싶으면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옳았을 때 침묵하라...>는 구절이 있다. 물론 입을 다물어야 할 때도 있지만, 부부에게 침묵은 금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다.
몇년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 부부들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2분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반면 성인 남녀의 평균 TV 시청시간이 3시간가량 된다고 한다. 요즘 한국의 부부들은 배우자 대신 TV를 끼고 살고 있다는 얘기다. TV 코드만 빼버리면 대화시간은 조금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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