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연속극을 보면 사이가 매우 좋은 두 부자가 나온다. 시쳇말로 파파보이라고 할까? 아들은 이혼남인데, 난 그런 설정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본다. 자식을 끼고돌아 잘되는 집안을 보지 못했다. 특히 요즘처럼 부부갈등뿐 아니라 고부갈등이니 역고부갈등 등 가정의 행복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많은 때엔 더더욱 그렇다.
내 주변에 남편이 아니라 시어머니와 결혼했다고 말하는 주부가 있다. 고부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어디 나가면 십중팔구 모녀로 안다는 것이다. 이 부부는 결혼 전에 이런 약속을 했다고 한다. 니 부모, 내 부모, 이렇게 편을 가르면 되는 일도 안된다, 상대의 부모와 가족을 먼저 챙기자는 것이 이들의 결혼신조였다.
부부 사이에 더 자존심 상하고, 더 치사한 일이 많다고들 한다. 결혼을 하면 부모가 또 생기고, 사위건 며느리건 자식이 생기는데, 내 부모, 내 자식하다 보면 참 얄궂은 일들이 벌어진다. 시부모님 생신에 이렇게 했으니, 친정 부모에겐 그만큼 하나 두고보자며 벼른다거나 부모님 용돈 드리는 건 당연하고, 처가에는 대단한 일이라는 등, 가족 사이에서 도저히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현실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고부갈등을 방치한 남편의 책임이 크다며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한 법원의 판결은 가정의 불화는 당사자뿐 아니라 모든 가족구성원의 책임이라는 걸 새삼 확인시켜준다. 달리 말하면 가정의 화목 또한 모두 노력해야 얻어진다는 것이다.
결혼은 ‘나’가 아닌 ‘우리’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생활이다. ‘시’자, ‘처’자 등 이런 접두어는 빼고 그냥 우리 부모,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자. 아들에게 이렇게 호통치는 어머니를 본 적이 있다. “니가 우리를 하찮게 여기는데, 피 한방울 안섞인 며느리야 오죽하겠느냐?” 참으로 가슴 서늘해지는 말이다.
가정에서 꼭 내 편이 필요하다면 아내는 시댁에, 남편은 처가에 손을 내밀자. 친정에 가서 남편의 험담을 늘어놓는다거나 결혼 몇년이 지나도록 아내가 아닌 ‘울 엄마’ 손맛만 고집하는 것은 가정의 행복을 깨는, 그야말로 옐로카드감이다. 배우자가 내 부모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눈물겹게 고맙고,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남편 사랑, 아내 사랑 받는 비결이 이처럼 간단한데, 그걸 모르는 안타까운 부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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