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여러 이성을 소개하면서 놀란 점은 미국에 궁합을 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민온지 오래된 어머님을 중심으로 궁합을 중요시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사회가 나날이 복잡해지고, 경제불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더는 한 방편으로 점술에 의존하는 젊은이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최근에는 휴대폰으로도 운세나 사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도라니 그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
올해 스물 아홉의 H씨는 애인의 집안에서 궁합이 나쁘다는 이유로 교제를 반대해 결국 헤어진 케이스이다. 주목할 것은 그보다 두 살 아래인 애인 또한 궁합이라는 관습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여에 걸친 사랑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시점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지난 99년에 조사한 바로는 미혼 남녀의 82%가 결혼이나 이사등에서 길일을 선호하였고, 특히 궁합을 믿는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6%나 되었다. 그나마 궁합이 나쁘더라도 결혼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어서 마음이 놓이지만, 결혼결정에 부모의 영향력이 큰 현실을 감안하면 H씨 커플처럼 궁합 때문에 사랑이 우는 안타까운 상황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 궁합은 결혼 당일에야 서로를 볼 수 있었던 전통혼에서 그 실패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집안환경이나 대체적인 이력은 안다고 해도 내면적인 부분을 알 수 없으니 사주를 통해 길흉화복은 물론 성적인 면까지 점치는 것이다.
진실되고 성실한 교제는 결혼에 있어 궁합보다 훨씬 예측 가능성이 높다. 서로의 면면을 잘 파악하면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그 확신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 궁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노자와 관련된 일화 하나. 당대 최고의 관상가가 노자의 얼굴을 보더니 “내일 죽을 상”이라고 했다. 다음 날 다시 노자를 본 그 관상가는 전날과는 너무나 다른 좋은 관상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사람의 운명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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