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 있으면서 그동안 재혼을 희망하는 수 천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현상은 재혼자 중에는 대머리나 키 작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결혼관이 많이 바뀌기는 했어도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대머리나 작은 키는 결혼하기 무척 힘든 조건이다. 하지만 결혼 후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 결혼생활에 충실하다. 말하자면 자신의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배우자와 가정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재혼자 중에 대머리나 키 작은 사람이 적다는 것은 이들의 이혼율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조건이 좋더라도 대머리와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여성이 10명 중 8명 이상이라고 들었는데, 결혼상대로 그렇게나 인기 없는 대머리가 실제로는 최고의 배우자감이라니 이 얼마나 굉장한 반전인가? 작은 키의 경우에도 유전적인 문제로 결혼을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엔 영양섭취가 좋다 보니 부모가 작다고 그 자녀가 반드시 작지는 않다. 결국 외형적인 조건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 콤플렉스의 차원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두 가지 정도는 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그것에 굴복해서 비관하며 사느냐, 극복하여 더욱 발전하느냐이다.
35세의 노처녀가 있었다.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전문직인데다가 가정환경도 유복해서 꽤 까다롭게 상대를 고를 만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졸의 연하남과 결혼했다. 학벌 대신 장래성이 밝은 똑똑한 남자를 고른 것이다. 만약 그녀가 조건을 따지고 자신보다 수준 높은 사람을 원했다면 결혼이 많이 늦어졌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타협점을 찾은 대가가 바로 행복한 가정이었던 셈이다.
결혼은 조건의 결합이 결코 아니다. 못생긴 외모는 결혼식 10분 동안 참으면 되지만, 못된 성격은 평생을 참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조건들에 집착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결혼을 앞둔 남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