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 급증은 이제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사랑은 쉽게 달아오르고 식어버리는 양은냄비 같아 이혼이 날로 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이혼 뒤에는 40, 50대 어머니들이 존재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얼마전 한 어머니가 딸의 재혼팀 가입을 위해 회사를 찾았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사위와 갈등을 겪던 중 급기야 보따리를 싸들고 친정에 온 딸에게 이혼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고생하는 딸이 안쓰러워 내린 결정이지만, 이혼 후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서럽고 힘들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참으라고 할걸...”하며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이 어머니는 우리나라의 4, 50대 어머니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수준이나 사고방식 등에서 그 이전 세대와 요즘 젊은 세대의 사이에 있는 중간 세대이다. 이전 세대에게 파경없는 결혼은 의무였다. 그래서 힘들지만, 참고 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어머니 세대에 이르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이들은 가정이나 결혼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의 그늘에 눌려 뜻이 있으나 펼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 어머니의 정서 속에 숨어있는 보상심리가 자식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4, 50대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힘들게 사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혼이라는 딱지가 붙더라도 일단은 자식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는 어머니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이혼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그 부모 세대는 물론 자신들조차도 거의 이혼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식을 덜컥 이혼시키기만 했지 그 이후를 책임질 수 없는 것이 어머니들의 한계이다.
참을 만큼 참아도 안된다면 그마나 이혼은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갈라서고 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더 큰 어려움과 후회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쉽게 달아오르는 양은냄비처럼 할지언정 이혼만큼은 돌솥처럼 천천히 생각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