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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 말보다는 실천...]
선우 | 조회 4,376 | 11.25.2009
며칠 전 약속이 있어 커피숍에 갔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두 여성의 대화를 살짝 듣게 되었다. 메뉴는 바로 남편 흉보기. 한 여성이 “땀 뻘뻘 흘리며 걸레질을 하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얄밉게 다리만 요리 조리 옮기더라”고 하자 다른 여성은 “컴퓨터 게임 하느라 찌개가 다 식어 두번 끓이게 하는 것보단 낫다”라고 응수했다.

내가 생각해도 이들의 남편은 정말 얄밉다. 그리고 미련하다. 그들이 아내 대신 걸레질만 했어도, 아내가 차린 저녁상을 고맙게만 받았어도 아내의 감동을 끌어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남자들도 할 말은 많다.

출근하려는데 자신의 신발이 전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그대로 놓여 있다거나 일 때문에 늦는데도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것 등 아내가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두 남녀가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변하는 것은 하나 둘 늘어가는 주름살만은 아니다. 그때 그때 사랑의 방식이나 서로의 사랑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당연히 영원히 뜨거운 사랑이다. 하지만 한해, 두해, 햇수가 쌓이게 되면 그 ‘뜨거운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부의 갈등도 “왜 예전처럼 날 사랑하지 않나?” 보다는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소소한 것들이다.

난 부부의 사랑은 철학책에 나오는 그런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말보다는 실천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헤아려 들어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설거지를 끝낸 아내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 남편의 양복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출근 준비를 돕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내일 먹을 냉채 소스를 오늘 만드는 아내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소스는 하루 정도 묵어야 맛이 익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재료의 맛이 각각인데, 얼마 지나면 그 맛이 한데 합쳐진다는 것이다. 부부가 바로 그렇지 않을까? 처음에는 내 것, 네 것, 팽팽하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상대의 정서와 생각과 취향에 점령당하는 것. 그래서 오래 함께 산 부부의 얼굴은 닮는 것이 아닐까.

한번쯤 함께 거울 앞에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자. 혹 상대의 얼굴에 자신이 몰랐던 그늘이 있는지…. 그것마저 이해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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