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운영하는 K모(38)씨는 이혼자들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결혼 7년 만에 남편과 이혼했는데, 남편의 이혼 반대로 위자료 한 푼 못 받고 합의이혼을 했다. 그 후 3년 동안 고생하다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해서 재혼을 고려해 보다가 포기했다. 이미 혼자 사는 데 익숙해 있는 데다가 재혼 상대자 대부분이 자녀가 있어 자신의 자녀가 설 곳이 마땅치 않아서이다.
이혼 후에 남자는 외로움, 여자는 생활고에 부딪히게 된다. 생활 또한 한정돼 있어서 남자는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문란해지는 경우가 많고, 여자는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끼리 어울리며 더욱 폐쇄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 이렇다 보니 재혼하더라도 새로운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자녀, 전 배우자와의 관계 등 이미 내재돼 있는 문제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다시 이혼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이혼의 대표적 사이클이다.
얼마 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해 이혼한 부부는 13만5000쌍으로 10년전에 비해서는 10배 이상 늘었다. 선우 가입 회원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평균 이혼자는 남자의 경우 38세, 자녀 1명이고 여자는 33세, 자녀 0.3명으로 나타났다. 대개 결혼 5년부터 서서히 부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2~3년 후에 결국 이혼에 이르는 것이다.
많은 이유에서 ‘모든 이혼은 예고돼 있다’는 생각이다. 이혼율 급증에는 우선 결혼문화의 변화가 가치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 심각성이 있다. 여성의 의식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결혼생활에는 유교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다. 결혼은 사랑, 양보, 희생, 이해 등 최선의 노력과 온갖 미덕이 필요한 인간관계의 최극점이다.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막연하게 시작하는 데다 부모들조차 그저 ‘잘 살아라’고 할 뿐 결혼생활의 구체적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전 세대는 이혼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고,결혼생활도 체면과 의무, 이런 사회적 장치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는 등 지금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들에게는 이혼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식화된 매뉴얼이랄까,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또 주변의 이혼이 많아지면서 이혼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미화하기도 한다. 부부싸움 후 보따리를 싸들고 친정에 온 딸에게 오히려 ‘그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이혼하라’고 부추기는 부모가 있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정말 함께 살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된 부부생활을 한다면야 이혼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최선을 다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결혼 전 충분한 준비와 현실적인 자각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배우자 선택에 있어 비슷한 환경일수록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고 정서적인 면에서 일치하는 점이 많다.
선택 기준에서도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직업과 외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성격 좋은 회사원보다 성격이 안 좋은 전문직 종사자를 선호하는 것이다. 1년 이상 충분한 교제기간을 가지면서 많은 활동을 함께 해보는 것이 좋다. 여행이나 취미활동, 운동, 하다못해 운전습관 등도 상대방의 면모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의식적으로 감추려고 하지 않는다면 교제 중에는 그렇지 않다가 결혼 후에 갑자기 나타나는 습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조기 성교육과 조기 이성교육도 지금보다 훨씬 강화돼야 한다. 성에 대한 가치관은 물론 이성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이혼율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그런 현상만 얘기할 뿐 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적 한계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학습되지 않았다면 우리 스스로 공부해서 깨우치면 된다. 성, 이성, 결혼, 이혼, 성(性)역할 등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고,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가정, 학교,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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