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 둘의 ㅅ씨는 1년 전 영화같은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 여자를 소개로 만났는데,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와 한달 만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결혼식은 엉망이 되고 말았다. 여자가 다른 남자와 사실혼 관계였던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여자의 요구로 미리 혼인신고까지 하여 그는 졸지에 이혼남이 되었다. 그동안 장사를 하며 열심히 사느라 교제 경험이 없었고, 순박한 성격에 여자를 그대로 믿은 것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1년 만에 그는 새출발을 결심, 회사를 찾았다. 서류 상으로 이혼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재혼팀 가입을 권유했지만, 그는 결혼식도 제대로 못올리고 여자에게 속아 이혼을 했으니 총각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ㅅ씨의 경우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다. S씨를 과연 이혼남으로 봐야 하는지, 미혼여성과 만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업무 상의 어려움도 그렇지만, 사실혼이 많은 요즘 S씨같은 피해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실혼은 결혼한 사실은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를 안한 것으로,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도 이에 포함된다. 살다가 헤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숨기고 미혼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결혼 후 과거가 밝혀져 파경에 이르기도 하고, 함께 살던 상대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아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혼이 늘어나면서 작은 갈등도 견디지 못하고 갈라서는 조기 이혼도 아울러 많아졌다. 일단 '살아보고' 하는 생각으로 혼인신고를 미루기도 하지만,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채 짐도 풀기 전에 헤어지기도 하니, 이래저래 사실혼이 늘 수밖에 없다.
예전같으면 호적등본으로도 결혼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사실혼은 그렇지 못하다. 결혼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지면서 상대를 더 믿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사실혼 사실을 숨긴 상대를 탓할 수만은 없다. 의심을 해서 뒷조사를 한다는 게 아니라 충분히 교제하면서 많은 것을 확인한 다음 결혼을 결정해야 한다. 사실혼 증가로 결혼의 진실성이 위협받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결혼은 신성하고 소중한 선택이다. 현실을 인식하되, 결혼의 의미와 가치를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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