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혼 건수가 지난 30년간 10배 이상 급증했다는 통계청 발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혼만 놓고 보면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선진국형 패턴을 갖게 된 셈이지만, 문제는 아직 우리에게는 이혼을 감당할 수 있는 문화나 정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약사로 일하는 31세 여성 A씨는 친지의 소개로 전문직 남자와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로 갈등을 겪다가 친정식구들의 권유로 6개월 만에 이혼을 하였다. 두 사람은 호적신고도 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는, 말하자면 사실혼 상태였다.
이 여성의 사례는 최근의 이혼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예전과는 달리 이혼에 대한 가족의 반대가 줄어들었고, 문제가 있으면 시간을 끌지 않고 속전속결로 끝내버린다. 10년 전에 비해 이혼연령이 낮아지고, 자녀를 갖기 전에 헤어지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도 요즘 이혼의 특징이다.
가족간의 불화, 건강상의 문제, 음주, 폭력 외에 쇼핑중독증이나 성도착증 같이 생활패턴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이혼사유가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보다 이혼할 확률은 훨씬 높아졌는데, 배우자를 배려하거나 가정에 대한 책임감은 해이해졌다. 이혼율이 높은 것도 당연하다.
앞의 A씨는 재혼팀에 가입하면서 ‘전 남편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적으로 그런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재혼에는 자녀부분이 항상 감안되어야 하고 한번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 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더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싱글을 미화하는 사람은 싱글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혼한 사람은 결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혼을 용기있는 결단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미화하기도 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 건전한 독신문화가 자리잡지 못했고 이혼에 대한 편견도 강한 편이다.
이혼자들은 자녀 양육으로 인한 어려움, 외로움, 경제사정 악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많이 경험하고 있다. 또한 이혼자의 30%는 이성교제를 해보지 못했고, 남자의 23%가 성적인 욕구를 직업여성에게서 해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혼 후의 생활은 그 이전에 꿈꾸었던 것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충분한 대화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좀 더 참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면 하는 이혼자들의 아쉬움은 새겨들을 만하다.
조기 성교육이 건전한 성생활의 기본이 되듯 만남의 의미, 결혼과 성에 대한 가정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지금처럼 결혼생활 중에 맞게 되는 갈등에 대해 이혼이라는 극약처방 대신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 어떤 가정도 순식간에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혼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있다. 초기단계에는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대화가 줄어들며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된다. 중기에는 부부생활이 줄어들고 귀가시간이 늦어지며 자녀와 가정에 대해 소홀해진다. 말기에 이르면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되고 서로에 대해 무시하거나 포기하며 급기야는 다른 이성을 찾게 된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문제의 원인과 심각성을 더 잘 알겠지만, 이런 단계별 증상에 주목해서 상대방에게 더욱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큰 불행을 막는 방법이다.
이제 이혼은 남의 집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독신자의 삶을 미화하거나 이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대안을 함께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누가 뭐라든 이혼은 당사자들에게는 고통스러운 현실이며,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이고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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