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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이면서 부부가 아닌 이유]
선우 | 조회 8,789 | 05.20.2010
어느 신입 남자회원과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는 자신이 초혼팀이라고 하고, 직원들은 재혼팀이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그 남자는 사실혼, 그러니까 결혼했으나 혼인신고를 안하고 살다가 부인과 이혼을 하고 회원가입을 한 것이다. 결혼을 열두번 했더라도 법적으로 깨끗하면 총각 아니냐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놀라운 것은 회원 중에 사실혼 경험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전국의 모든 부부로 범위를 넓혀보면 그 수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얼마 전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결혼한 초혼부부 231쌍을 대상으로 ‘결혼식에서 혼인신고까지 기간’을 묻는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결혼식전에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17.7%(41쌍), 1~2개월 내 신고 51.9%(120쌍), 그 이후에 신고 28.6%(66쌍)이었으며, 혼인신고를 안한 경우는 1.7%(4쌍)로, 조사대상의 30.3%(70쌍)가 혼인신고를 2개월 이상 지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여성의 월평균 수입이 많을수록 혼인신고 지연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인데, 여성의 수입이 210만원 이상인 부부는 88.5일, 190~210만원은 82일, 190만원 이하는 68일, 전업주부는 59일이었다. 혼인신고를 늦추자는 제안은 대부분 부부 공동으로 합의된 것이지만, 남편(5.7%)보다 아내(15.7%)의 제안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혼인신고 지연 이유로는 표면적으로는 시간이 없다는 답변이 많았지만, 68.6%의 부부가 이혼에 대한 불안감, 상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등의 결혼의 불안정성을 꼽았다. 이로써 요즘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세대 부부들의 혼인신고 기피 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성의 수입과 혼인신고 지연이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시대 젊은 여성들은 더 이상 과거 그들의 어머니처럼 경제적인 약자가 아니라는 자기 인식이 뚜렷해졌다. 사회 구조상 결혼, 특히 이혼 경력은 여성의 사회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혼인신고를 하기보다는 보다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 후에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일부 여성들의 생각이다.

7년 동안 동거 끝에 결혼했다가 1년 만에 이혼한 어느 연예인 커플의 경우를 알고 있다. 그 때 나는 같이 사는 건 똑같은데, 왜 동거기간에는 잘 지내던 두 사람이 결혼은 그러지 못했을까, 생각해보았다. 결혼제도의 문제인가, 단지 헤어질 때가 된 것뿐인가.

결혼은 연애하듯 좋을 때 만나고, 헤어지는 가벼운 관계가 아니다. 하물며 동거처럼 서로에 대한 책임감 없는 자유로운 생활도 아니다. 혼인신고란 단지 법적으로 부부임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 부부 스스로 자신들의 결혼을 인정하고,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서로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하면 되지, 법적인 구속력이 뭐 필요한가?’라는 그들의 논리도 일리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냥 함께 사는 동거를 택하지 왜 많은 사람들 불러다 놓고 결혼식을 올리는가, 되묻고 싶다. 또한 사실혼 상태로 몇 년 살다가 헤어진다면 정말 뜻한대로 완벽하게 미혼 행세를 하며 새로운 상대를 만날 자신이 있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 해도 결혼해서 함께 살지 않으면 상대에 대해 알 수 없는 부분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 후 전혀 의외의 발견으로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혼의 의외성, 이혼에 대한 두려움으로 혼인신고를 미뤘다가 단지 그 이유로 쉽게 이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혼인신고를 안했다는 홀가분함, 자유로움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가정은 안정성을 잃어 작은 갈등에도 쉽게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하기도 어렵고, 온전한 부부로 살기도 어렵고, 이혼하기도 어렵고, 재혼은 더더욱 어렵고, 뭣 하나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래도 그나마 가장 쉬운 건 사랑해서 결혼하는 일이다. 그것도 머리로 재지 말고, 가슴으로 다가간다면 좀 더 간단하고 쉬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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