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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사랑만 꿈꾸는 여자들에게 ]
선우 | 조회 4,826 | 05.02.2009
연애 초기엔 1분이 멀다 하고 “ 니, 나 사랑하나?” 묻던 그이. 그땐 내가 무슨 옷을 입어도 예쁘다고 말했고, 얼굴 가득 자장면을 묻히며 게걸스럽게 먹어도 귀엽다고 말했다.

    하루라도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 한잠도 못 잔 얼굴로 집 앞에 나타났다. 내가 조금이라도 추워하면 옷을 벗어 줬고, 길거리를 지나가다 꽃 파는 리어카를 보면 장미 한 송이를 사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하지만 오늘 그의 모습은 어떠한가.

    "니 다리가 뭐 잘났다고 미니스커트가?‘‘여자가 칠칠찮게 얼굴에 자장면이나 묻히고, 쯧쯧"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 않고, 할 수 없이 내가 걸면 ‘나 지금 바쁘다. " 하며 끊어 버리기 일쑤다. 장미꽃 한 송이 사 달라고 조르면 "그게 돈이 얼만데?‘ 하며 버틴다. 도대체 이 남자가 어떻게 된 거지? 아니,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대부분의 연애는,특히 전형적인 한국식 연애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사랑으로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로부터 하루에도 열 두번이 넘는 전화를 받고, 꽃다발과 인형 등의 선물 공세를 받게 되면서, 처음엔 싫다던 여자도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 은근히 그를 좋아하게 된다.

    "너 없으면 나죽을 거야."라는 남자의 말에 나도 그럴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렇게 남자에게 세뇌당하다가 결국 진짜 사랑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보면 상황은 변해 있다. 전화를 거는 쪽은 오히려 여자고 만나 주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도 여자 쪽이다. 그녀를 공주처럼 아껴 주던 그는 사라진 지 오래다. 마치 벽장 속의 낡은 빗자루처럼 푸대접을 받는 신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떻게 하다 이렇게 상황이 역전됐을까? 남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환상을 깨라는 것뿐이다. 사랑은 결코 ‘언제나 핑크빛‘ 이 아니다. 핑크빛이 무르익어 정열적인 붉은색으로 변한 후 다시 농익은 자줏빛을 떤 다음 은은한 보랏빛으로 바랜다.

    여자들은 핑크빛과 붉은빛만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사랑은 오히려 자줏빛과 보랏빛에 있다. 가슴이 콩닥거리는 설렘은 없지만 말 안 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예쁜 사랑의 언어보다는 서로 핀잔을 주는 재미에 살지만 누구보다도 편안한 관계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완성이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하지만 연애의 역전 현상에 대한 충격은 여자에겐 감당하기 힘든 듯하다. 본인이 소개시킨 한 커플은 사랑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결혼도 하기 전에 넘어서는 안 될-꼭 그런 건 아니지만-선을 넘었다.

    그 후 남자는 회사 일로 한 달간 미국 출장을 다녀왔고, 귀국한 후에도 일을 처리하느라 일주일 동안 연락을 못했다고 한다. 남자는 단지 바빠서 연락을 못했을 뿐인데 여자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한 달 하고도 일주일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했다.

    남자는 한 번 잠자리를 같이한 여자에게 흥미를 잃는다고 하던데,그래서 연락이 없는 게 아닐까? ‘사랑한다던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을까?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건 그녀에게 남자는 일 때문에 “나중에 내가 전화할게."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충격받은 여자는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나는 여자들에게 좀더 느긋해지라고 얘기하고 싶다. 연애의 역전현상은 준비가 되어 있다면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놀리고 핀잔주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언제까지나 예쁘다는 말만 듣는다면 지겹지 않을까?

    한 가지 더 당부하고 싶은 건 남자의 스케줄에 길들여지지 말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게 되면 여자들은 당장 친한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인다. 이렇게 자신의 개인적 삶을 포기해 버리면 연애의 역전 현상이 나타났을 때 기댈 곳이 없다. 텅 빈 방에서 그의 전화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너무 궁상맞은 모습이 아닌가. 그가 모르는 당신만의 삶이 있음을 보여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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