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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그 후 이야기 - PART II
sunwoo | 조회 5,320 | 10.18.2015


보통의 부부였다면 남편에게 교태도 부리고, 베갯머리 송사라도 해서 남편 마음을 붙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왕실에서는 합방하는 날도 정해져 있고, 내가 원한다고 남편 얼굴을 볼 수도 없으니 남편 마음이 멀어져 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왕실의 환경에 익숙해서 그런지 나만큼 답답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은 법도에 어긋난 나의 행동을 넌지시 꾸짖기도 했다. 평범하게 연애도 안했고, 서로 나고 자란 환경이 너무 달라서인지, 나는 남편이 참 어려웠다. 하고 싶은 말도 꾹꾹 눌러야 했고, 듣고 싶은 말이 있어도 요구하지 못했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표현하지 못했다.

내가 그의 사랑에 더 목마르고 초조했던 이유가 있다. 시어머니인 왕비님이 지인들을 초청해서 티타임을 가진 어느 날, 내가 접대실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그 안에서 오가던 대화 몇마디를 듣게 되었다. 내 결혼을 둘러싼 얘기여서 더 크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평민 며느리를 보시니까 어떠신가요? 마마.”

-내가 요즘 마음 수양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든 그 아이를 이해해보려고.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세요?”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부족한 게 많으면 노력이라고 하던가. 조실 부모 했으니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기를 했나, 할 줄 아는 건 밥하고 청소나 하는 건데, 우리가 뭐 우리가 집안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예전에 왕자와 혼담이 오갔던 백작 영애 있잖아요. 참 교양있고, 예뻤는데..”

-어디 그 댁 딸 뿐인가요? 딸 있는 귀족 가문에서는 다 왕자를 탐나했지요.

시어머니 입에서 돌아가신 부모님 얘기가 나오고, 남편 주변 여자들 얘기까지 나오자 난 거

의 실신지경에 이르렀다. 숨이 막혔다. 이제 남편이 나를 사랑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마당

에 내 존재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치 어둡

고 광활한 우주에 나 혼자 떠돌고 있는 심정이었다.

 

결혼해서 1년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왕실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이 나를

찾는 날이 점점 뜸해지고, 남편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 여자를 만나더라도 알 수

가 없으니 나는 매일 지옥에서 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해야 하는 공부도 소홀하게 되고, 시어머니의 꾸중도 늘어났다. 그렇다

고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었으니 내 마음에서 왕실과 결혼에 대한 미련이 조금

씩 줄어들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하고, 가꾸는 것이 아닐까. 남편을 먼 발치

에서나 보고, 식탁에서나 만나고, 연회에 참석할 때나 옆자리에 앉아 보는 상황에서 내가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느낄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오랜만에 남편과 함께 침실에 들었다. 내가 망설이는 모습을 눈치챘는지 남편이 말을 재촉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당신한테 나는 아직 여자예요?

그게 무슨..”

-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매력도 없고..

그게 다 당신 자격지심 때문이야.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당신 변한 게 내 탓이란 말인가?”

남편의 태도에 절망했다. 난 대화를 원했을 뿐인데, 남편은 마치 이 모든 상황이 내 콤플렉

스 탓인양 일언지하에 몰아치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 날 우리 부부는 등을 돌친

채 잠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너무 달랐고, 또 너무 서로를 몰랐다. 남편은 나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의 강렬

한 느낌에 사로잡혀 오로지 나를 찾겠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고, 나 또한 갑갑하고 힘들었던

생활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우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혼이란 것이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해주고, 상대 입장에

서 생각해주고, 나를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알지 못했다. 부부는 완전 남남

인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서로 적응하고 익숙해지려면 노력과 시간이 필요

한데, 우리에게는 그 무엇도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난 자포자기했던 것 같다. 자꾸 졸리고, 뭔가 먹고 싶었다. 무기력하게 있다

가 정신이 들면 먹을 것을 찾았다. 한때 주변의 칭송을 받던 나의 미모는 빛을 잃어갔고,

초롱초롱하던 내 눈빛도 흐릿해졌다. 살이 쪄서 그 많은 드레스를 하나도 입지 못했다.

아름다움이 나를 떠나자 이제 왕실 연회나 만찬에서 나의 자리가 없어졌다. 시어머니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나를 부르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이 거기에 동조했는지, 나를 방어해

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소외되었으니 그 사실 여부는 큰 의미가 없었다.

 

며칠 째 잠을 못 이루자 나는 가끔 복용하던 수면제의 용량을 늘렸고, 그 부작용으로 의식

을 잃어서 며칠 만에 깨어났다. 주변에서는 내가 자살시도를 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나마

나를 이해하는 나이 든 시녀가 가끔 왕실의 소식을 전해주는데, 수면제 사건으로 시아버지

인 국왕이 진노했다는 것, 시어머니가 예전에 남편과 혼담이 있던 귀족 영애를 자주 왕궁

으로 부른다는 것 등등의 소식을 전해줬다.

나는 스스로를 설명하고, 지켜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그들의 말

대로 나는 어쩌면 자살시도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런 일을 빌미로 왕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인지도..

예전의 구박받던 재투성이 시절이 오히려 그립다. 차라리 그 때는 내 마음대로 소리 지르

, 행동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손톱만큼의 자유도 없다. 왕실 사람들은 이혼을 할 수 없다

고 한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결혼을 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다. 이대로 살다간 내

정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결혼식을 하던 그 날이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였다는 것을. 모든 불행이 행복으

로 바뀌는 아주 극적이고 지극히 짧았던 클라이막스. 그리고 내리막길이었다.

 

세상은 나를 두고 결혼으로 인생역전을 했다고 부러워하고, 나처럼 결혼한 여자를 두고 신데렐라라고 부른다. 그들이 알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내 인생의 클라이막스였던 왕자님과 결혼하는 그 대목까지다. 동화는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끝나곤 한다. 하지만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동화의 그 이후를 현실적으로 구성해봤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 결혼의 로망은 존재해왔고, 그래서 신데렐라 스토리도 영원한 생명력을 갖는다.

신데렐라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회자되고 있고, 그 스토리의 허구를 잘 알고, 결혼의 속성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특별한 결혼을 꿈꾼다.

오늘 만난 신데렐라는 이미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차마 인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결혼의 환상을 스스로 깨는 것이니까. 하지만 신데렐라 스토리를 통해 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가상의 뒷 얘기가 아닐까 싶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 서로 공감할 수 없는 관계는 끝이 어떨지 분명하다. 결혼은 결코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로 얼버무려지는 것이 아니다. 그 행복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그 순간순간의 이야기로 채워져야 한다.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는 행복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이 진정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닐까. 물론 그 스토리를 채워가는 것은 우리들 각자의 몫일 것이다. - -

Cinderella StoryThereafter PART II

 

If we were just an ordinary couple, I would flirt with my husband, or whisper something into his ear so he may listen to my needs. But we are the royal couple and this means even our love-making is scheduled and we get to see each other only if schedule permits. I know my husband’s affection for me is drifting away from me and there is nothing I can do about it.

My husband doesn’t look to be frustrated at this as much as I am. Probably since he is accustomed to all these royal protocols, at times he even criticizes me on my clumsiness. We didn’t spend much time before getting married, and we were raised in entirely different environments. I started looking up my husband as if he is someone too high for me. I had to be a mute although I wanted to speak out, and I had to suppress my wish to be loved.

One day, I happened to pass by a guest room, where my mother-in-law was receiving some royal friends. Although I didn’t plan this, I happened overheard their conversation through the door. They were talking about me.

“How do you like having your commoner crown princess, You Highness?”

-I feel like I am practicing on my patience these days. I am just trying to understand her

“What is it about her that you dislike this much?”

-Just about everything. At least, she should be willing to learnshe isn’t. With both her parents gone early in age, she didn’t have any home education whatsoever. All she knew was cooking and cleaningWell, we have servants to do this, and she is really useless.

“Do you remember the count’s daughter?.. The pretty and graceful lady we were talking about as the prince’s future wife

-Not just her! All noble families were dying to give their daughters as my prince’s wife.

 

I felt like I couldn’t breathe the moment I heard my mother-in-law talking about other women. I was totally unwelcome here. I started to question my husband’s love for me, and now this?! I felt as if I am utterly forlorn and wandering in the desert all by myself.

I did my best indeed for the whole year since I entered this place to become a bona fide member of this royal family, and still I am struggling. My husband increasingly stays away from me. I don’t know where and with whom he spends time with. Even if my husband were dating someone else, I wouldn’t know about it. Every single day is unbearable. I became slackened in my royal studies and my mother-in-law was increasingly accusive of me. My mind also starts to drift away from this marriage and this palace. I only get to see my husband at the dinner table or at feast parties. I hardly recognize myself as a woman belonging to a man, since my husband is hardly accessible for me.

At long last, my husband and I were able to spend a night together. I was hesitating with words, and my husband opened his mouth.

“You’ve got something to tell me?”

-Am I still a woman to you?

“What kind of question is that...”

-I can’t do anything, I am not attractive...

“That is all because of your poor self-image. I haven’t changed a bit, and are you accusing me for all your suffering?”

I despaired at my husband’s remarks. All I wanted was a conversation with him, and he just concluded as if all my misery is because of my inferiority complex. I had nothing further to say, and we turned our back on each other on the bed.

My husband and I are so different and we are so ignorant of each other. Our first encounter left him with such a strong and unforgettable impression of me so my husband was only bent on searching for me, and I was only bent on getting out of the miserable life from the hands of my step mother and the step sisters. We didn’t learn to understand each other and to give up myself for the sake of the other. We didn’t know that a marriage is truly accomplished only when both strives to adjust to each other. We didn’t know we needed time and efforts, but they were simply unaffordable for us at that time.

I gave myself up to despair. I was sleepy all the time during the day, and I was eating something all the time. I was lethargic. My beauty lost its luster. I gained weight and my body wouldn’t fit into any dress. As I lost my beauty, I was not invited to royal feasts or parties any more. Maybe my mother-in-law was behind all this and my husband probably acquiesced. Anyway, it didn’t matter. I didn’t care anymore.

I started taking sleeping pills as there were many sleepless nights. I increased the dosage, and one day I took the pill too many. Several days had passed already when I regain consciousness. People were gossiping that I attempted suicide. An old maid whispered to me that the king learned about it and was mad at me, and that the queen starts inviting the daughter of the count into the palace these days. I know I should defend myself, but I don’t want to talk to them about it. Probably, I was trying to end my life, I don’t know. Or, I wanted to get out of this palace by faking a suicideI don’t know.

I miss those days when I was being abused by my step mother and her two daughters. During those days, at least I had a freedom to cry and wail. Now I don’t even have this kind of freedom. I am told the royal family cannot divorce. I am getting the raw deal for marrying this prince on the spur of the moment. There was a very fleeting moment of becoming the top girl in the world, and then followed a very steep downhill.

People look up to me as the icon of the turnaround in life. They call these lucky ladies “Cinderella” after my name. But the fairy tale ending with “happily thereafter” is right until the wedding night. ThereafterCinderella, the wife to the prince, was never happy.

 

This has been a modern day version of the fairy tale ‘Cinderella.’ Since the mankind has known the system of ‘marriage’ there always has been a fantasized version of marriage, and the story of ‘Cinderella’ has eternally fed on this fantasy.

Still we talk about Cinderella story. Although we know the fallacy of this story, we still fantasize about having this fairytale wedding happening in our lives.

We probably anticipated such epilogue, but we want to turn a blind eye on this reality contained in the story, because we don’t want to destroy the fantasy we secretly harbor. Nonetheless, we shouldn’t disregard this epilogue part of the story. It is so obviously anticipated what an unprepared and rushed marriage will entail. A real marriage is not something to be dubbed as ‘so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Each moment of happiness doesn’t come about without the couple’s ardent efforts to make their marriage work.

Although Cinderella was not happy in her marriage with the prince, probably this will serve her as a path to the attainment of her real happiness in the end. Each of us may complete the untold part of this story.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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