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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혼. 재혼. 3박자 시대?]
선우 | 조회 5,357 | 10.30.2009
얼마전 재혼팀에 상담을 의뢰한 40대 중반의 ㄱ씨는 아내와 별거 중이기는 해도 아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호적상으로 이혼이 확인되지 않으면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말에 그는 자신의 조건을 설명하고 이혼 후 재혼 가능성을 물었다. 괜찮다 싶으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겠다는 것이다.

이혼이 최선이 아니니 조금 더 노력하라는 말로 그를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부부 갈등이 쌓여 결혼생활이 막바지에 이르면 어떻게든 가정을 유지하기 보다는 새로운 상대와의 재혼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니 그 가정은 결국 위기에 좌초되고 만다.

선우 17년 동안 경험한 결혼문화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는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이혼 후 독신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70년대만 해도 이혼은 당사자 뿐 아니라 집안의 수치였다. 이혼자는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했고, 여성은 거의 독신으로 살았다.

80년대에는 이혼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재혼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설사 재혼을 한다고 해도 이혼 후 7, 8년을 독신으로 사는 건 예사였다. 90년대 들어와서는 독신 기간이 4, 5년으로 짧아지고, 재혼 비율도 높아지더니 최근에는 ㄱ씨처럼 아예 재혼상대를 봐놓고 이혼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이혼자 스스로의 현실 인식도 달라졌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늘진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자괴감에 빠져있었지만, 이제는 표시는커녕 더 밝고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세대가 젊어질수록 이혼을 마치 생활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혼을 직, 간접으로 경험하면서 그에 대한 데이터가 축척된 것이다.

무엇이든 잘 알고 나면 두려울 게 없지 않은가? 요즘 세대에게 이혼이 바로 그런 것이다. 결혼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인스턴트식 사랑에 길들여진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같아 어떤 위기감도 느껴진다.

물론 이혼이 인생의 끝은 아니다. 그렇다고 희망적인 새출발이 보장되는 건 더더욱 아니다. 물건을 사서 필요한 때 쓰고는 반품하는 얌체족들이 많다고 한다. 가정을, 혹은 배우자를 그렇게 취급하는 건 아닌지, 한번쯤 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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