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대표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돈 없는 것보다 사람 없는 게 더 외로워,
“자식한테만큼 배우자도 챙겨야”
오늘은 나를 비롯한 우리 세대 얘기를 해보고 싶다.
386세대.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에 다니면서
학생운동과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세대,
그렇게 일궈낸 이 나라에서 정작 본인은
인생에서 큰 변화와 시련에 직면한 위태로운 세대,
바로 나와 같은 50대들이다.
오늘 만난 친구는 어깨를 쭉 늘어뜨린 채
“허무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4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50여년을 장남의 짐을 지고 살았던 친구다.
결혼해서 부모님, 동생 셋과 함께 살다가 지금은 다 결혼하고
혼자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일찍 결혼해서 남매를 둔 친구는 얼마 전 사위를 봤다.
“억소리 나게 들여서 시집 보냈는데,
신혼여행 가서 기념품 하나 안사왔더라.
바빠서 시간이 없었다고.”
“잘 갔다 왔으면 됐지, 쓸데없는 기념품 타령이야?”
“성의가 없다는 거지. 부모한테 받을 게 있을 땐
안간힘을 쓰더니만..”
빠듯한 살림에 친구는 딸 결혼시키면서
집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고 한다.
“형편껏 하지, 죽을 때까지 빚 갚을 거야?”
“그럼 어떡하나. 바라는 대로 못해줬다고 원망이 클텐데...’
“부모 노후 지들이 책임진대? 부모도 살아야 할 거 아냐?”
“요즘 애들이 그런 걸 아냐?
50대는 흔히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식에게 부양을 못받는 첫 번째 세대”라고 한다.
우리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배웠는데,
자식들은 그런 개념이 없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우리들이 대신 나가서
싸워야 할 판”이라는 자조적인 소리도 들린다.
부모가 자식을 길러놓으면 나중에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면서
세대가 이어져왔는데, 우리 세대에 이르러서 그 맥이 딱 끊겨버렸다.
그래서 50대는 전환의 세대다.
부모 봉양하면서 에너지를 쓰고,
거기에 자식들한테 쏟아붓고 나니 우리에게 남은 게 없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데,
이런 상태로 오랜 세월을 살아야 한다.
수명은 또 얼마나 길어졌나.
아직은 활동을 하니까 어찌어찌 유지를 하며 살지만,
1-20년 후 가림막 하나 없이 광야에 노출되었을 때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386세대에게는 이렇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한폭탄이다.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그때 가봐야 알고,
폭탄의 위력이 어떨지 터져봐야 안다.
지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다. 배우자가 없으면
나중에 폭탄이 터졌을 때 정말 힘들어진다.
그게 결혼의 의미다.
돈이 없는 것보다는 사람이 없는 게 더 외롭다.
내가 늙고 병들었을 때 옆에 있어줄 사람은 자식이 아니라 배우자다.
자식에게 잘하는 만큼 배우자에게도 잘해야 한다.
자식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은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를 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친구의 쳐진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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