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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이혼한 쇼핑중독녀의 20년 후
sunwoo | 조회 4,590 | 02.26.2020

“저 기억하시겠어요?”

상대방은 반갑게 안부를 묻는데, 전화상으로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몇 마디 의례적인 인사가 오고 간 후 그녀의 설명이 이어지고 난 다음에야 기억이 났다. 거의 20년 만이었다.

그녀는 쇼핑중독녀로 칼럼에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병적으로 사치가 심해서 두 번 이혼을 당하고 이후로는 쇼핑중독을 고치지 않는 이상 더는 소개를 할 수 없다고 내가 먼저 정리한 경우였다.

20대의 그녀는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다시 만나고 보니 예전의 자태는 남아있지만,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증금 500만원의 원룸에 살고 있고,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두 번의 이혼 후 계속 혼자 지낸 것 같았다.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은 겸손해지고, 검소해졌다는 것이다. 화려했던 20년 전에 비하면 초라하기까지 한 상황인데, 눈빛은 부드럽고 표정도 편안해보였다.

“많이 변하셨어요..”
“그럼요, 사람 다 됐죠. 지금처럼 살았으면 그 꼴을 안당했을 거예요. 왜 명품에 그렇게 집착을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얼굴이 밝아졌어요. 건강해보이고요.”
“일한만큼 벌고, 번만큼 쓰니까 마음이 편해요. 쥐꼬리만한 월급인데도 몇달 후에 2000만원 적금도 타요.”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한테 연락을 한 이유이기도 했다.

“저…, 다시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데, 걱정이 너무 많으세요. 이보다 더한 불효가 어디있을까 싶어요.”
“본인 마음은 어떤가요?”
“자격은 없지만, 다시 시작해보고 싶기도 해요. 저, 염치없죠? 그때 저 포기하셨잖아요.”
“그때는 솔직히 문제가 많았죠.”

나는 소개를 다시 해보겠다고 했다. 그때는 어떤 남자를 만나더라도 불행이 예고됐지만, 지금은 그런 문제가 없고, 건강하고 성실하다. 외모와 스타일은 변했지만, 내가 보기에 그녀는 오히려 지금 비로소 상대를 만날 준비가 됐다. 예전에 자신의 외모를 믿고 돈 많은 남자만 찾던 쇼핑중독녀가 아니다.

상대의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고 했다. 외롭지 않게 서로 울타리가 돼주고, 맞벌이를 해서 먹고 살 정도만 벌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여성을 원하는 남성은 존재한다.

세월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문제가 있던 사람들은 부딪히고, 경험하고, 깨달으면서 좋은 배우자로 변하기도 하고,
반대로 좋은 배우자라고 생각되던 사람들이 자만과 안일함으로 문제가 생긴 케이스도 많이 봤다.

인간 세상이, 삶이,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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