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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잠재울 수 없는 ‘바람기’]
선우 | 조회 5,995 | 01.20.2010
맞은 편에서 예쁜 여자가 걸어오자 L모씨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남자친구를 흘낏 쳐다보았다. 사귄지 8개월째, 그녀는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진지하지만,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남자친구의 바람기이다. 그와 만나면서 생긴 버릇이 바로 자신 외에 다른 여자가 있을 때 그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주시하는 것이다. 이런 자신이 싫지만, 그렇다고 남자친구를 포기할 수도 없기에 그녀는 내심 고민이 많다.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안타깝게도 “그와 헤어지라”는 것이다. 남자건, 여자건 바람기는 여간해서 고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력 여하에 따라 바람기를 잠재울 수는 있으나 언제 깨어날는지 모른다.

영화 <스캔들>에는 조원이라는 매력적인 바람둥이가 등장한다. 그의 불륜행각은 결국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데, 만일 조원이 죽지 않고 정절녀 숙부인과 결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두 사람은 얼마 못가 헤어지고, 자기와 코드가 맞는 상대를 찾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코드란 물론 성의 숙련도이다. 플레이보이는 플레이걸을 만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서로 죽자 살자 사랑하던 남녀도 갈등을 겪게 마련이고, 더러 헤어지기도 한다. 대개 남녀의 갈등은 성격차이, 집안환경, 경제적인 문제 등이 그 원인인데,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바람기이다. 바람기는 특히나 상대의 신뢰를 철저하게 무너뜨려 두 사람의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온갖 낙관적인 이유를 들어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바람기는 믿는 사람의 발등을 찍는 도끼같은 것이다. 바람기는 결혼 전에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교제 중인 상대의 성향을 잘 살펴 결단이 필요할 때는 미련없이 정리해야 한다.

잘되겠지, 결혼하면 나아지겠지, 이런 막연한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다. 물론 배우자가 빈틈이 없으면 그나마 조심은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병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결혼으로 부부의 성적인 욕구가 완벽하게 해소되기는 힘들다. 더구나 요즘처럼 개방적인 가치관, 그리고 인터넷의 확산으로 성의 유혹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에서 사랑은 참으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이성을 아무리 많이 만나도 진정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 다른 상대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허무한 결말을 깨닫고 스스로 돌아서는 게 최선이다. 바람기 많은 상대, 그럼에도 사랑한다면 함께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여자를 쳐다보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면 바람기만큼이나 그 또한 병이다. 바람기의 정도를 따져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모든 원인을 상대에게 돌릴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는지 찾아보는 자기 반성도 필요하다. 상대에게 행복한 가정과 진정한 사랑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며 기다리는 것, 가장 보편적인 처방전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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