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웅진의 세상의 모든 남녀는 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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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일이 있었다. 순전히 나의 실수로 10살 차이까지는 만남을 수용하겠다는 여성에게 20살이나 차이나는 남성을 소개하게 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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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내 친구가 가볍게 식사나 하자며 연락을 해와서 광화문에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 선배가 동석을 했다. 알고 보니 나이 들어서 혼자 사는 선배가 안쓰러워 나에게 소개를 부탁하려고 만든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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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1944년생으로 자녀 없이 이혼을 했다. 외국에서 사업에 성공한 후 국내에 정착했는데, 매너 좋고 성격도 좋고 원만한 사람이었다. 선배가 먼저 자리를 뜬 후 친구에게 “저렇게 좋은 분이 왜 혼자가 됐냐?”고 물었을 정도로 호감가는 사람이었다. 친구에게서 선배가 혼자 된 이유를 들었는데, 안타까운 개인사라는 정도로만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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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좋은 만남이었지만, 회원으로 만난 게 아니었고, 소개에 대해서는 가볍게 몇마디 오고갔기 때문에 그날 이후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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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64년생 재혼여성이 상담을 의뢰했다. 수수하고, 검소한 분위기의 그녀는 사별 후 혼자서 남매를 키웠다. 현재 50대 나이, 60년대생 여성들이 싱글이 되어 특별한 자격증이나 기술 없이 자녀를 키웠다면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왔는지 짐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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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개인의 행복마저 잊고 살았던 그녀는 이제 자녀들이 성장해서 한숨 돌리게 되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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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좋으면 나이차이가 좀 나도 괜찮아요. 10살 정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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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오늘을 즐기면서 편안하고 여유있게 살고 싶다고 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늘 빠듯하게 살아온 그녀로서는 당연하게 드는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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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새벽에 눈을 떴는데, 갑자기 1년 전 만났던 친구의 선배가 떠오른 것이다. 그 여성이 1964년생이니까 10살 차이면 1954년생, 그리고 경제력 있는 남성, 이런 검색어를 머릿속에 입력한 결과 ‘그 선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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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만남이었고, 선배의 프로필을 정확하게 기록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다 보니 혼선이 생겨 1944년생을 1954년생으로 착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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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에 상대를 설명하니까 좋다고 해서 서울 모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여성은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남성을 만나 여생을 여유있게 보낼 수 있고, 남성은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함께 누릴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자녀 있는 여성을 만나면 본인이 꿈꾸던 가정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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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이 소식도 전하고, 생색도 좀 내려고 전화를 했다. 얘기 끝에 한번 더 확인하려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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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배님 54년생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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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무슨 소리야? 44년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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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머리가 띵하면서 아득해졌다. 두 사람 나이차이가 10살이 아니라 무려 20살이었던 것이다. 만남 주선자가 당사자의 나이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 변명조차 할 수 없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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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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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이라 기억이 잘 안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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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에게 제 나이를 잘못 얘기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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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큰 실례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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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으니 빨리 그분에게 사실을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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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가다듬고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설명할 타이밍을 찾았다. 여성이 느낄 실망감이 상상이 가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런 일일수록 늦춰서는 안되기에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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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분이 나이보다 10년은 젊어보여서 제가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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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젊게 보인다면 그분이 저보다 20살 많으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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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놀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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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좀요..친정 엄마가 저랑 나이차이가 21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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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유연하게 말하는 여성의 대응에 이 노련한 사냥꾼이 분위기를 감지했다. 여성의 반응에서 1%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할까? 어쩌면 여성이 이 만남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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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정확히 자기 상황을 설명하라고 하셨어요. 정 용납이 안되신다면 얼마든지 없던 일로 하면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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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경험이 많으셔선지 마음이 넓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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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녀 만남은 만나봐야 아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나이는 만난 다음에 판단하는 것이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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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이 소개하셨으니 100% 좋은 분이실 거라고 믿어요. 그럼 저도 그분을 만난 다음에 판단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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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든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를 알았다면 만남 주선을 할 엄두조차 못냈을 것이다. 내 실수가 반전의 기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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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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