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씨 페이스북 캡쳐
며칠 전 아들을 통해 전해진 작가 이외수씨 부부의 모습을 많은 언론에서 다루며 화제가 됐다. 안 그래도 졸혼(卒婚)했던 이외수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투병생활이 외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의 아내가 졸혼을 종료하고 남편을 간호해왔다는 것이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이외수씨에 대한 오래된 기억이 있다. 20대 초반, 그러니까 30여년 전에 ‘글벗 독서회’라는 도서대여 사업을 했다. 이동식 도서대여점의 개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도입한 방식이었다.
가방에 책을 갖고 다니면서 회원가입을 한 직장인들에게 빌려줬는데, 당시 직원이 40명이 넘었고, 회원들도 몇 만명이나 됐다. 그러다 보니 책을 많이 구입했는데, 당시 인기 소설가였던 이외수씨의 <들개>, <칼> 등 수십권의 책을 샀던 기억이 난다.
이후 독서회의 회원들이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회원으로 이어지면서 사업의 큰 자산이 됐으니 이외수씨 이름 석자는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후 뉴스를 통해 간간히 근황을 접하다가 이번에 SNS에 올라온 부부의 사진 한 장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천하의 이외수씨가 병상에 있는 모습을 보니 허무하기도 하고, 남편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된 것 같다.
크게 느낀 것은 두가지다.
젊을 때야 마음대로 살 수 있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만, 늙고 병들어 힘이 빠지면 보살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외수씨를 보살피는 사람은 결혼으로 만들어진 가족, 아내와 자녀이다.
늙고 병든 사람을 아무런 댓가 없이 보살필 사람이 누구겠는가.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어 결혼 44년 만에 졸혼을 했던 아내는 남편이 쓰러지자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리고는 바로 졸혼을 종료하고 남편 곁을 지켰다.
아내는 이외수씨에게 “한날 한시에 같이 가자. 사는 것도 같이 살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은 부부, 가족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60대 이상의 남녀들에게 싱글이 됐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했더니 1위는 건강, 2위는 노년을 여유있게 보낼 수 있는 경제력, 3위는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이성) 친구였다.
어느 연령대건 건강이 가장 중요한 건 물론이다. 결혼했다고 끝이 아니고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나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큰 상처가 된다.
이외수씨가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서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아내와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