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갔다가
달팽이 무리를 본 적이 있다.
가끔,
그 때의 생각을 하곤 하는데,
오늘도 그 달팽이 무리를 생각했다.
가까이 가서
그 달팽이 무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
그 중에는 큰 놈도 있고 작은 놈도 있고
색깔이 조금 다른 놈도 있고,
조금 더 빨리 가는 놈도 있고
유난히 더 느린 놈도 있었다.
어떤 관점에서
그들은 다 달랐다.
그렇지만
달팽이 무리의 어떤 놈도
최소한 그날 아침에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간주해서
폭탄 테러나 총기 난사를 하지는 않았다.
달팽이도 안하는 짓을
인간은 한다.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 한다는 것이
자신들과 다른 이들을 미워하고 싫어하고
자신들의 불행을 모두 서로의 탓으로 돌리며 분노하고
그래서 빼앗고 죽이는 것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오늘,
미국은 선거로 뜨겁고 시끄러웠다.
서로 옳다고
서로 틀렸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별의 별 놈의 달팽이들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단지
한 무리의 달팽이일 뿐인 것처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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