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션 성공
Wuthering Heights (폭풍의 언덕) 리뷰
Novel by Emily Brontë
폭풍의 언덕은 나에게는 오랬동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었다. 13살 중학교 때 처음 폭풍의 언덕을 읽고 나는 남자에 대한 막연한 이상향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를 갔다 오니 내 방에 계몽사의 소년소녀 명작소설전집이 책장 가득히 꽂혀 있었다. 1970년대 후반 그 당시는 아마도 집집마다 턴테이블 전축, 브리케니카백과사전, 소설전집에 스킬 자수 벽걸이가 응접실에 장식처럼 데코레이션 하는 게 유행이었던 거 같다. 엄마 덕분에 그때부터 나는 본의 아니게 문학소녀가 되었다. 밤을 새워 책을 읽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혀 쉬운 글의 소설은 너무 재미있었고, 그다음 줄거리가 궁금해서 밤새 울고 웃고 하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학교에 가면 공부는 안 하고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급기야 선생님은 엄마한테 전화하고… 집에서 무슨 일이 있냐고 난리나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밤 12시가 되면 강제로 내 방에 불을 꺼버리는 단속령이 내려졌다. 나는 후라쉬를 하나 몰래 감춰서 이불속에 들어가 밤새 책을 읽었다. 그 책 중에 하나가 바로 폭풍의 언덕이었다.
그때 읽은 소설에는 남자들이 모두 공통점이 있다.
캐서린에게 집착하는 히스클리프 폭풍의 언덕.
스칼렛을 사랑하는 레드 버틀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브론스키의 불륜의 사랑 안나 카레니나.
데이지를 사랑하는 위대한 겟츠비 .
나쁜 남자인지는 알지만 여자에게 잘해 주기 때문에 터프하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끌리는 매력…. 니글니글한 느낌의 남자.
나쁜 남자에 대한 동경으로 그런 남자를 동경하고 좋아하고 선호했다.
나에 대한 주체성이 정립도 안 된 상태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나의 정답이 되어버렸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벌어질 일일까?
책을 읽을 당시 나는 13살 사춘기 사랑에 대한 경험 한번 없는 나는 소설이라는 허구를 실제로 착각하고 나 혼자 상상하고.. 혼자 결론 내리고 … 혼자 결정 했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고… 시행착오도 해보고….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라도 있었으면 서치하고 비교 분석하고 남의 생각도 들어보고 필터링을 했을 텐데..
내가 조금만 더 철이 들어서 읽었더라면 그런 시행착오는 없었을 텐데..
세월은 어연 40년이 흘렸고, 아크로 낭만 독서모임 9월에 읽은 책이 폭풍이 언덕이었다.
13살 때 읽었을 때 히스클리프는 내 이상형의 남자였는데…..
그래서 소설의 줄거리는 기억이 잘 안나도 히스 클리프 이름은 기억했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히스 클리프는 완전히 TV에 나오는 막장드라마 최고봉 주인공의 원조다. 그리고 “ 이런 남자가 요즈음 세상에 어디 있어.” 하며 허구의 세상을 쉽게 알아차린다. 소설 내용도 결국은 모두 죽는다.
소설에서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면 작가는 그 인물을 죽여버리면 제일 간단하다고 독서모임 줌 미팅에서 말씀해주신 윌리암 선생님의 말씀에 동감하며 한참을 웃었다. 인생관, 세계관, 사회관이 없는 에밀리 브론테의 30대 때 쓴 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자고.. ㅋㅋ
그러나 우리는 리어왕, 모비딕과 함께 영문학 3대 비극이라는 폭풍의 언덕에서 단순히 스토리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넬리라는 제삼자 하인을 통해 스토리를 전개되는 과정이나 문장 하나하나 심리 묘사 하나하나에서 긴장감과 스릴을 나는 느낀다. 564 페이지의 긴 소설 속에서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짧은 문장 하나에서 나를 일깨워 줄 때 나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란다.
이 소설로 인해 나 또한 지난날 남자 보는 눈에 시행착오를 하였지만, 그 추억마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름답고 행복했다고 회상하며 다시 말할 수 있으니…..지금이 순간에 깨닭을 수 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다시 읽은 것은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연륜이라고 할까? 세월과 함께 소설 속에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이 나에게 녹여들어 춤속에서그대로 감정이 나타난다. 내가 마치 소설속 주인공이 된것처럼 아니 그 보다 느낌은 더욱 생생하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어 즐겁다. 소설에 Family tree로 보내 주셨다. 어린 시절 밤새고 읽었던 책 덕분에 그나마 지금은 칼럼도 쓰고 독후감도 써본다. 우리 집 7 형제 중 그 당시 내 방에 계몽사 전집 책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식구가 없다. ㅋㅋ 같은 조건에도 보이는 것과 취향과 성격이 달라지나 보다.
“ 저렇게 조용히 땅속에서 잠든 사람들을 보고 어느 누가 편히 쉬지 못 하히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이 책의 마지막 구절이 이런 내용이었다는 것을 책을 읽었어도 나도 기억을 전혀 못했다. 짧은 문장 하나에서 오는 이런 것이 바로 내 감성을 두들기는 작은 울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