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히스페니코” 공연 리뷰
불타는 금요일 저녁에 어디를 갈까요?
“ 선생님 이번 금요일에 발레공연티켙 두 장이 있는데 저랑 같이 가실래요? ” 발사모단원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헬렌 씨가 발레 수업 전 나에게 물었다. “ 와우! 저녁은 내가 살 테니 우리 불타는 금요일 저녁 멋진 데이트를 만들어 봅시다. ”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당연히 나는 오케이 하면서 동시에 내 머리속에는 무슨옷 입고 공연장을 갈 건지 벌써부터 가슴 설레며 옷을 고르고 있었다. 신데렐라가 파티에 초대 받았을 때, 백조오뎃트공주가 왕자님 생일파티에 초대되엇을 때 이런기분이였을까? 빨간원피스를 입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발끝을 포인하면서 15도 각도로 시선을 올리고 코끝을 바라보며 공연장 레드카펫을 밝는 최대한 우아한 내 모습을 그리면서 혼자 흐믓해한다.
헬렌 씨는 발레 메니아로 엘에이에서 공연하는 무용공연의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발레지식도 많아 발사모 모임에서 항상 보석같이 빛난다. 공연 때마다 헬렌 씨가 쓴 공연리뷰를 항상 “ 진최의 무용 칼럼”에 함께 올렸더니 이젠 소셜미디어 검색순위의 탑이다.
“ 발레히스페니코 ”는 뉴욕에 50년의 전통을 가진 라틴 댄스발레 컨템포러리 팀이다. 공연 전 웹사이트를 찾아보았다. “ 우리의 레퍼토리는 라틴계 문화의 다양성을 탐구하고 문화적 대화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리 민족의 얼굴을 반영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중심을 알려주고 있다. 공연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이보다 쇼킹할 수 있을까? 이보다 섬세히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가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온몸이 마치 감전된 느낌이었다. 평소에 접하지 못한 라틴문화이고 나와 다른 민족인데 나와 다른 춤인데 플라멩고 댄스의 독창적 인 열정과 파트너와의 정교한움직임과 12명의 댄서가 마치 하나가 되듯 무대를 꽉채운다.
발레 동작중 에뽈레는 어깨를 돌려 뒷태의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동작인데 같은 동작인데도 라틴 문화 정서와 집시의 감성이 결합하여 발레와 다른 그들만의 특유의 색깔을 만든다. 조명에 비쳐진 한 명의 여성무용수의 등 근육에서 삶의 애환과 고독, 슬픔과 함께 기쁨과 환희 희망과 열정이 내 지나간 삶과 오버랩되면서 수많은 생각에 생각을 낳고, 점점 춤속에 빠져들었다. 그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것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였으리라 생각된다.
헬렌씨는 마치 야쿠자의 등을 뒤덮은 용문신이 꿈틀되듯이 그만큼 강렬하게 느꼈다고 하였다. 폴랜드 식당에서 맜있는 저녁까지 헬렌씨가 풀코스로 먼저 내버려 다음 공연은 내가 초대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한참 동안 토론을 하였다. 완벽한 불타는 금요일 저녁 파티초대에 나는 오늘도 행복하게 보냈다.
Ballet
Hispánico
Eduardo Vilaro, Artistic Director
“The
members of Ballet Hispánico are 12 of the most technically accomplished and
musical dancers you’ll find in the contemporary sphere.” – The Washington Post
Location: The Broad Stage - Main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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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씨의공연리뷰
“Volver” 귀향Return – Coming Home: Ballet Hispánico’s Celebration of Three Latina Choreographers (March 22, 2019 The Broad Stage, Santa Monica)
스페인의Pedro Almodóvar 감독의 2006년 영화 Volver (귀향/Return) 중가장인상깊은장면은주인공라이문다역의페넬로페크루즈가유명한탱고송Volver 를플라멩코풍으로Spanish guitar 에즉흥적으로맞추어눈물을뚝떨어트리며부르게연출된씬이다. 역시 여성을 제일 섬세하게 잘 표현하는 것은 게이남자인것 같다...그리고우리여성자신들. 금요일 밤 Ballet Hispánico의 공연 프로그램은 3명의여성히스패닉라티나안무가의작품을선보였는데, 로스앤젤레스의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ballet pedagogue이자 얼마전 삼일절 퍼레이드 준비 위원장을 맡아, 삼일절 100주년 기념 창작무용 “그날의함성잊지않으리”를 발표한 여성안무가인 우리 발사모의 진최 선생님과 같이 관람할수 있어서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LÍNEA RECTA (Straight line) by Annabelle Lopez Ochoa: 회색커튼의막이오르고고요한적막의블랙백그라운드에빨간홀터넥드레스를입은여성무용수가홀로중앙에서있는데, 정통발레에서 관객에게 등이 보일정도로 어깨를 틀어서 비트는 에뽈레동작이 아니라, 완전히등을뒤로하여신비하게뒷태만관객에게보여주며“Línea Recta”는시작되는데, 조명에 비쳐진 등 근육이....has a life of its own이란 표현을 할수밖에. 딱히적절한아름다운비유는아니겠으나, 마치 야쿠자의 등을 뒤덮은 용문신이 꿈틀되듯이 그만큼 강렬하다. 이무용수가돌아서얼굴을보여주는데마치페넬로페크루즈를닮은인형같다. 곧이에 4명의구애하는남자무용수들이투우사나남자플라멩코댄서들이입는suspender가달린high-waisted pants에입고등장하여, 여성무용수와 Spanish guitar 리듬에 맞추어 일종의 prelude to mating/courtship dance를 추다가, 탈락한남자는탄식하는추임새를하며일단은다시무대밖으로나간다. 여성무용수 의상의 길게 늘어트려진 빨간 러플레이스 뒷치마자락 long train은 남성과 소통하는 표현과 교감 도구역할로 사용되었고, 플라멩코풍의현대무용이라서여자무용수들은토슈즈를신지않은맨발의상태였지만포인트한발과하이렐르베를많이유지한안무에서발레의클래식한라인을발견할수있었다. 또한 발레의 Spanish variation에서 나올법한 부채를 들은 여자무용수들만의 댄스에 이어, 다시남자무용수들의등장으로ever-changing/shifting dynamic의성비불균형은다시발란스를되찾고남녀의평행한직선의플라멩코는막이내린다.
CON BRAZOS ABIERTOS (With Open Arms) by Michelle Manzanales: 텍사스에서 자란 멕시코계 Manzanales가 이민자로서 두 문화권에서의 자신의 identity를확립하며본연의모습을끌어안고수용하며자신의자리를찾아간경험을아주어마어마한카리스마의여성무용수(Melissa Fernandez)가솔로섹션에서는마치눈으로독백을하듯이관객석을응시하면서엄청난내공으로공감력을끌어냈는데, 올린머리에 꽃을 꽂은 모습이 스테레오 타입이라 할수도 있겠지만 멕시코의 여류화가 Frida Kahlo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한작품안에다양한음악, 무드, 스타일의댄스들로이루어져있었는데, 한씬에서 Fernandez가챙이넓은멕시코를상징하는밀짚모자sombrero를파트너삼아혼자사색적으로바닥에서춤을추다, 곧 모든 남녀 12명단원들이sombrero를쓰고정말로playful 하게celebratory dance를춘다. 또 한 섹션은 무드를 바꾸어 90년대대표얼터너티브록밴드Radiohead 의노래“Creep”에맞추어Fernandez는복싱을연상시키는동작과호흡으로자신의내적갈등inner struggle을표현한다. 다시 무드를 바꾸어 자유와 해방의 또 하나의 celebratory dance 섹션에서는 남자를 포함한 단원모두가 멕시코 전통 folk dance 의상같은 긴 실크치마를 입고 나와 flowy and fluid 한 느낌을 주었는데, 옆에서진선생님이설명하여주었듯이번복되는“contraction and release” 동작이인생의순환법칙처럼, 하늘거리는 긴 치마로 표현되는 유동성이 마사 그레이엄의 현대무용의 영향이 엿보였다. 진선생님은삼일절퍼레이드준비로늦춰진휴가를다음주에그리스로또다른현대무용의대모이사도라던컨의기운을받으러곧떠나신다.
CATORCE DIECISÉIS (Fourteen Sixteen) by Tania Pérez-Salas: 마지막 세번째 작품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현대무용 안무가 Pérez-Salas의 “Catorce Dieciséis”로 시작부터 음악이 비발디풍의 바로크음악으로 앞의 두 작품과 달리 라티나 여성안무가가 만든 작품이란 것외에는 딱히 히스패닉 문화와의 특별한 연결고리를 찾을수 없엇고, 의외로의상이나음악, 시각적 스타일적면에서 Nederlands Dans Theater (NDT)의 Jiří Kylián 의 작품들과 상당히 흡사한 점이 많은것 같았다. 라틴influence를굳이꼽자면, 여성무용수들이 긴 이브닝 드레스의 치마를 bodice 에서띠어내어, 투우사의 망토처럼 휘둘르면서 사투를 벌리는 동작에서 발견할수 있었다. 정확한취지는프로그램노트에나와있듯이“draws inspiration.....to reflect on the circularity of our movement through life.” 태초, 자연으로 귀환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것으로, 결국현대무용은“contraction and release” 의기반을두고있었다.
단원이조촐하게딱12명인 Ballet Hispánico은 12명전원모두가정말가공할만한테크닉, 스테미나, 표현력, 에너지와 카리스마, 정열을갖춘그리고너무나아름다운선남선녀들이였는데, 특히 오프닝을 장식한 페넬로페 크루즈를 닮은 아름다운 스페인 출신의 여성무용수 Eila Valls와 (크루즈도배우가되기전에는발레학도였다) 한 근육질의 짐승남 남자댄서가 (배우 Joe Manganiello 의아들느낌)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정말신기한것이, 그러한 바디타입은 춤을 추면 라인이 아름답지않거나, 테크닉이정교해보이지못하거나, 표현력에서 우둔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는데, 전혀그렇지않다는점이였다. 진선생님과 인생과 예술에 대한 진솔한대화를 나누면서, 취미발레인/balletomane (발레광. 발레마니아)으로서편하게예술을즐기고감상할수있는나와달리아티스트로서격는창작에대한갈증희열과고뇌를다시알게되었다.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선생님이 몇년전에 관람한 Los Angeles Ballet 단의 발란신의 발레 “방탕한아들 (The Prodigal Son)” 얘기를하다가, 선생님이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탕자”를 러시아 에르미타슈에서 직접보았는데, 정말아버지의눈에눈물자국이흘러내리는것같았다고하시다가, 다시 대화는 피카소의 “우는여자” 그림으로, 엘에이한인회"문화의샘터" 2019년 4월 강좌 “피카소의여인들” 등, 참으로많은인생과예술이야기를나눈후에, 집에 돌아왔는데 잠이 오지않아 렘브란트의 “돌아온탕자”가 표지커버인 헨리 나우웬의 책 “탕자의귀향” 꺼내들었다. 다음날아침에일어나보니, 그날의 복음이 Luke 15장의Prodigal Son 이더라... 사실 사순절이라 금요일 금육과 금주를 선언했던 나는 불타는 금요일에 진선생님과 공연전에 들른 폴란드 음식점의 pierogi, beef stroganoff, wine 앞에서 처절하게 무너졌다. 다시돌아갈수있을까?
www.koadance.org www.balletjean.com
한미무용연합회. 진 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6가& 하바드,코아빌딩)
Tel: 323-428-4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