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보도 듣도 못했던 신상품들이 유럽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유럽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고대부터 내려오던 신세계의 농작물’ 중 지난 시간의 ‘초콜릿 이야기’에 이어서 두 번째로 고무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단어 중에 ‘고무’라는 단어가 실제로는 스페인어에서 파생된 단어라면 여러분들은 설마? 하며 의아해 할 것이다. 스페인어로 고무를 goma(고마) 라고 하는데 고무와 스페인어 ‘goma’에 관한 연관성도 함께 풀어 보는 시간도 갖기로 하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기도 훨씬 오래 전부터 중앙아메리카의 아즈텍 인들은 나무의 눈물이라는 뜻을 지닌taíno ca-uchú(타이노 카우추)라는 나무에서 흐르는 하얀 액체를 채취하여 구형의 고무 덩어리로 굳힌 다음 그 고무 덩어리로 게임을 하며 즐겼다고 한다.
바로 아즈텍 인들이 던진 고무 덩어리가 바닥에 부딪친 후 높이 튀어 오르자 이를 바라보던 스페인 정복자들은 놀라고 감탄하며 그 고무 물질에 관하여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미 마야 문명권에서는 이 고무를 이용하여 발을 보호하는 신발을 만들어 신었다는 기록도 있다.
위의 사진은 마야인들이 el caucho나무에서 고무 액을 채취하는 모습과 액체 고무로 구형의 고무 덩어리를 만드는 마야 유적의 상형 문자로 바닥에는 고무로 만든 제품의 신발도 보인다.
우리가 말하는 고무의 원래 이름은 스페인 사람들이 고무 수액이란 뜻으로 gomorresina[고모르레시나]라는 학명을 붙였는데 이를 줄여서 goma(고마) 라고 불렀다. 물론, 오늘날 전 세계의 스페인어 권에서도 고무를 Goma(고마)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도 고무관련 제조업이나 자동차 타이어 수리 점 등에서는 Gomería [고메리아]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으며 그리고 스페인어로 타이어 수리를 하는 사람을Gomero [고메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의 이웃인 라티노 성씨 중 Gomez(고메스) 역시, 선조가 고무 관련 직업으로 인해 생성된 성씨이기도 하다.
이 후, gomorresina [고모르레시나]라는 단어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을 거쳐서 한반도에 들어왔는데 우리가 부르는 고무라는 단어는 네델란드인들이 gomorresina [고모르레시나]라는 스페인어를 따라 부르기가 쉽지 않자 단어의 앞부분만 따서 고모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
한반도에 고무가 들어온 시기는 일제시대 초기였다.
당시 서울 경복궁에서 만국 박람회가 열렸는데 그 때, 처음으로 고무신이 선보였던 것이다.
그 당시 조선인들 대부분은 짚신을 신고 다녔는데 비만 오면 발을 더럽히는 것은 물론 짚신의 까칠함으로 인해 새로 만든 짚신의 경우 잠깐만 걸어도 발에 상처가 나기 일쑤였다고 한다. 이를 본 일본 상인들이 조선인을 상대로 아이디어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고무신이었다.
말랑말랑한 재질과 예쁜 색깔의 여성용 고무신이 선보이자 당시 조선 팔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으며 당시, 결혼 혼수 품목 1위까지 올랐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이렇게 시작된 조선의 고무신은 1970-80년대까지도 사용되다가 오늘날에는 역사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 버리는 물품중의 하나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