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질병들은 육체적으로만 문제가 되지만 중독은 육체적, 정신적, 심리적, 영적 모든 면에서 문제가 되며 다 망가진 다음에서야 일 수 있는 "난치병" 이다.
중독된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려서부터 스트레스를 자초하고 이에 적극 대처하기보다 내면 깊이 묻어두는 "내성적 성격" 이거나 무엇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 소유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번 중독이 되고나면 중독이라는 억센 잡초 씨앗이 마음속에 뿌리를 내린 듯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게 된다.
잡초 씨앗들은 100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과 영하 20도나 되는 추운 겨울 그리고 오랜 가뭄으로 땅에 수분이 없어도 봄이 되면 제일 먼저 땅위로 솟아 나온다. 이렇게 중독증은 우리 마음의 정원에 뿌리 내린 자생력이 강한 잡초와 같아서 단번에 없앨 수가 없다.
회복은 인간 관계성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화초들이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의 토질을 바꾸는 긴 여정이다.
도박에 중독된 50대 중에는 청소년 시절 딱지치기와 구슬치기에 열심이었고 대학시절에 당구 500~1000을 치던 사람들이 많다. 중독증은 어느 날 갑자기 걸리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정에서부터 키워왔던 승부욕이 한 번의 잭팟으로 발동이 걸려서 생긴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요즘 밤낮을 구별 못하고 게임에 빠져 지내는 10대들이 성인이 되어서 어떻게 될지 충분히 예측할 수가 있다. 기존 도박시설들 간의 경쟁과 정부차원의 세원증대 정책이 맞물려서 온라인 도박이 합법화되면 컴퓨터 세대들이 온라인 도박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 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10대 자녀가 마리화나를 피워서 부모가 마약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도록 전학시키거나 한국으로 보내는 경우들을 본다. 물론 유전, 환경, 학습이 중독의 주요 원인이지만 이미 마리화나 도취효과를 체험한 자녀에게는 약물남용 친구들을 떼어놓는 환경변화 보다 전문 치유프로그램을 통한 “재학습”을 우선적으로 해야만 한다.
그래서 중독문제가 있는 자녀에게 부모는 약물 검사나 중독행위 감시보다 곧바로 해당 중독치유기관에 참석시켜서 회복과정을 통해 중독적인 내면들을 살펴보며 중독행위를 그만두어야 할 이유들을 깨닫도록 영적각성을 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 이다.
중독에 빠져 있을 때에는 중독행위를 해야 할 이유가 100가지가 넘지만 회복학습을 하면서부터는 중독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이유들이 더 많아져서 "치유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30년대 스위스 정신심리학자 칼 융도 상담 받으러간 미국 알코올 중독자들에게 “나는 중독을 고쳐줄 수 없다”며 중독과 같은 난치병은 어떤 ‘영적각성’이 있으면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약회복모임에서 서울에 3개월간 있다가 돌아온 학생에게 한국에서 무엇을 깨달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 학생은 새로운 세상을 보며 견문을 넓혔고 집을 떠나 생활하며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울먹여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 학생은 한국에서 체험한 영적각성과 회복동료들이 공감해 주던 모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며 이는 마약을 할까 말까하는 선택과정에서 건전한 선택과 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 한국일보 인터넷 신문 - 중독이라는 억센 잡초
(필자가 2014년 2월 20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
이해왕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