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독자의
자구책과 가족들의 반응 -
청소년 때에 게임을 많이 하다가 20대 초반이 되어서는 스포츠 도박이나 온라인 도박에 빠져서 수만 달러의 도박 빚을 진 케이스들을 자주 본다. 몇몇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가 하면 20대 시절에 게임을 하면서 승부욕에 대한 강박관념이 형성된 장년층이 대거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도박중독으로 치닫는 현상들을 본다.
중독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만류와 저지에 대한 자구책으로 온갖 알리바이, 거짓말, 거부반응, 폭력 등을 동원한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이 중독행위를 하는 것을 막지 못하도록 철통같은 감옥을 짓고 그 속에서만 지낸다.
중독 감옥의 열쇠는 중독자 자신이 갖고 있음으로 그 문을 열고나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중독자 자신뿐이다. 가족들의 의존증 감옥 탈피도 가족들만 할 수 있다. 중독자는 중독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가족들은 초연을 행사해야만 각자의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
가족들은 집안의 중독문제를 숨기며 수년간 내 가족 내 힘으로만 대처하다가 상태가 악화되어서야 마지못해 외부의 조언을 구하게 된다. 이때 주위 사람들의 충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중독자의 문제에 대해서 일체 관여하지 말고 가족 자신만 돌보라는 것이다. 둘째는 가만히 놔두면 절대로 안 되니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들 충고 내용은 정반대라 가족들은 어느 쪽을 택할지 혼란에 빠지기 쉽다.
전자는 부모나 배우자가 중독문제를 떠맡지 말라는 것이다. 가족이 잘못해서 중독문제가 생겼음으로 책임지고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반응을 보이거나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가족들은 중독자의 문제들로부터 뚝 떨어져서 스스로를 돌보는 초연을 실시하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다수 가족들은 이 충고를 잘못 해석한다. 중독자가 다 망가져서 도움을 청할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일체 모른 체하라는 것으로 오해한다.
후자는 가족들이 중독문제에 대해서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한다는 충고로 회복간섭을 하라는 의미이다. 가족들이 중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중독문제를 직접 대면하도록 도와서 더 망가지기 전에 조기에 전문적 도움을 받게 하라는 것이다.
사실 위의 두 충고는 중독자와 가족들 모두가 “자유와 평온”을 되찾는 치유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데 필수적이다. 중독은 가족 전체를 병으로 몰아가므로 가족들이 건강하게 초연해지는 자세는 바람직한 “새로운 삶의 방식” 이다.
하지만 회복간섭을 하는 것을 초연해지는 것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직장에 다니는 20대 자녀의 도박 빚은 시간을 두고 본인이 갚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하루빨리 부모의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자녀의 신변위험, 크레디트 문제, 높은 이자율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선뜻 갚아준다.
자녀가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도박 빚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다시는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고 깨닫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해결해 주면 자녀는 책임감과 영적각성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중독자의 가족들은 바른 회복간섭과 아울러 초연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일만 책임지며 객관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중독문제에 대한 가족들의 초연한 대응은 결국 중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중독결과들에 책임을 지게하고 회복간섭을 받아들이게 해서 마침내 가족들이 염원하던 중독자의 치유가 시작될 수 있다.
(필자가 2014년 3월 22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
이해왕 선교사 909-595-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