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인천에서 실종되었던 어머니와 장남은 한 달 후 강원도 정선군과 경남 울진군 야산에서 각각 시신이 토막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29세 차남을 체포했다. 그의 아내는 남편과 함께 공모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목을 매어 자살했다.
결국 작은 아들은 “도박 빚 8,000만원과 과소비로 인한 생계곤란, 가족과의 갈등 등의 이유로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했고, 이후 퇴근한 형에게 수면제를 탄 맥주를 마시게 한 후 잠든 사이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1994년 5월에도 한약재상 아버지와 어머니를 끔찍하게 살해한 다음 집에 불을 질러서 화재로 인한 사망으로 위장했던 존속살인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LA로 유학 와서 도박에 빠져 살다가 도박 빚이 늘어나자 빚도 청산하고 100억대의 유산도 일찍 상속받기 위해 부모를 살해한 20대 장남으로 확인되었다. 아들은 살인방화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도박중독 회복모임에 나왔던 20대의 한 교포청년도 부모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렀다가 카운터 밑의 돈을 본 순간 야구방망이로 아버지를 때려눕히고 그 돈을 갖고 도박장에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중독은 주로 관계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도박에 빠질수록 도박과의 관계성만 더 강화되어서 써서는 안 될 학비나 생계자금까지 탕진하고 강력범죄나 존속살인까지 서슴지 않게 된다.
도박과 불과분의 관계성을 갖고 있는 중독자들을 치유하려면 도박행위만 중단시켜서는 충분하지 않다. 건전한 취미생활 등을 통해서 외골수적인 관계성 신념체제를 무너트리는 회복작업이 필요하다.
도박 그룹회복모임은 도박이라는 동일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의 모임이다.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동료들과 정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12단계 회복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재활학습을 함으로써 서로 치유를 도울 수 있는 치료공동체이다.
1930년대 미국 알콜 중독자들 중에 스위스의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에게 상담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 칼 융은 “나는 알콜 중독을 고칠 수 없다. 그러나 중독증과 같은 난치병은 어떤 영적각성이 있어야만 치유될 수 있다”고 했다.
요즘도 정신 및 심리상담이나 종교적인 치료만을 최선의 중독증 치유책으로 믿는 사람들은 칼 융의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유는 먼저 12단계 그룹회복모임에서 내면에 있는 기존의 영성을 재정비해서 자신의 중독문제를 인식하고 확고한 치유동기의식을 다진 다음에야 종교나 심리상담 치료를 통한 외적 영적각성 제공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번 오이가 오이지로 되면 다시는 오이가 될 수 없다(Once a cucumber become a pickle it can never be a cucumber again)”는 회복용어가 있다.
이는 중독자가 아무리 치유 되었다고 자신해도 다시는 도박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의미이다.
한번 중독 병을 앓았으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평생 경각심을 갖고 회복생활을 계속해야만 한다. 도박중독에서 치유되지 못하면 가정폭력은 물론 부모까지 살해하게 만드는 “중독의 노예”가 될 수 있다.
(필자가 2013년 10월 24일자 미주한국일보에 기고)
이해왕 선교사 (909) 595 -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