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가정에 중독문제가 있게 되면 수치심과 두려움으로 배우자 혼자서, 또는 부모들의 힘으로만 대처하다가 조기발견과 조기회복의 기회를 다 놓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내가 남편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7년의 세월이 걸리고, 또 이를 안 아내가 남편을 회복으로 안내하기 까지는 2년이 더 걸린다는 연구조사는 중독문제 확인이 얼마나 어렵고 누구나 할 것 없이 가족들은 내 가정의 중독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점을 알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가족들은 장기간 중독결과들에 시달리고 일일이 대처하느냐고 밤낮으로 스트레스 속에서만 생활을 하다가 나중에는 정서적으로 지쳐서 될 대로 되라던가, 한 가지도 뜻대로 된 일이 없자 뭐가 뭔지 모르는 깊은 좌절감에 빠져들어 더 이상 회복간섭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우까지 생긴다.
▶ 중독자 가족들의 회복간섭(Intervention) 모습
사실, 가족들은 중독문제를 발견한 처음부터 나름대로 회복간섭을 즉각 실천에 옮긴다. 남편이 도박이나 마약을 하는 경우에 출퇴근 시간을 몇시 몇분까지 정확히 확인하고, 심지어는 차 마일리지 숫자를 매일 일일이 체크하며, 옷이나 소지품에서 담배나 마리화나 냄새가 나는지를 살피는데 후각을 곤두세우고, 크레디트 사용내역은 물론 소지품과 전화를 건 기록들까지 면밀히 점검하기도 해서 사설탐정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또, 어떤 주부는 카지노로 찾아가서 남편이 하는 게임 테이블을 뒤엎은 바람에 경비원이 출동하기도 하며, 또다시 재발된 것에 분통이 터진 부인들은 남편과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머리를 벽에 마구 찧어 피를 흘리며 실신하기도 한다. 그럼, 이렇게 열심히 가정에서 중독행위를 막는데 최선을 다 하는데도 왜 가족들은 중독자를 회복으로 안내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족들은 처음부터 중독증의 생리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회복간섭(Intervention)을 시작 한 것이 문제이고, 중독자는 그때마다 임기웅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만 해서 가족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할 기상천외한 알리바이나 거짓말, 거부반응, 또는 동정적인 드라마연출 등으로 항상 가족보다 앞서서 처신을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10여 년간 벼라 별 노력과 방법들을 다 해봤어도 중독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회복간섭으로 알고 해온 방법들은 "대질(Confrontation)"에 가깝고, 이는 민간요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 새로운 회복간섭 이론의 대두
가족들은 갖가지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독문제가 자꾸만 악화되자, 중독자가 완전히 다 망가질 대로 망가질(Hit bottom) 때까지, 주위사람들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속수무책의 견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60년대 초부터 그러한 고정관념들에 새로운 회복간섭 이론이 소개되었고, 그간 꾸준한 연구노력으로 1970년대부터는 이 회복간섭 이론이 점차 인정을 받게 되어서 오늘날에는 회복간섭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비용을 받고 가족들에게 회복간섭 방법을 지도해주기도 하고, 중독자를 회복기관까지 호송해 주는 유료기관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 국가와 사회의 강경정책
그간 사회적으로는 약물 남용자들에게 “싫다(Just say no)!'는 말을 하거나 부모 자식 간에 대화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원칙론들이 많이 대두되어왔고, 국가 차원에서는 중독물체 반입이나 약물 허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단속과 처벌강화 정책으로만 일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는 마치 사회와 국가가 가정에서 중독문제를 잘 모르고 중독자를 대처해 온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단속하고 감옥으로 보냈어도, 중독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아마 “싫다(Just say no)!"고 말하라는 것은 마약을 아직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거나 친구들의 유혹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적용될 수 있지만, 일단 약물이 기분을 좋게 해 준다는 것을 체험했거나 중독물체 사용을 중단해보려는 노력이 거듭 실패한 중독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국가에서는 중독자들을 처벌 대신에 회복참여를 제도적으로 실시하고 있어서, 어떤 부모들은 일부러 마약자녀가 경찰에 붙잡혀서 빨리 회복기관으로 보내지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고, 상담자들도 “엄한 사랑(Tough love)”을 실천하라는 말을 부모들에게 해 주기도 한다.
▶ 회복간섭(Intervention)의 진정한 의미
중독자의 회복시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족들이나 친척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사전에 교육 시키거나 알려주어서, 가족들로 하여금 약물이나 기타 중독행위로 통제력을 상실한 중독 환자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Reality)을 제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중독자가 Hit bottom에 처하기 훨씬 이전부터 회복에 참여하게 하여, 환자나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런 시간과 중독피해를 감소시켜 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준비가 잘 된 회복간섭일 수록 회복성공률도 그만큼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 분야에 선구자인 Dr. Johnson은 1962년부터 5년간 회복에 참여한 알코올 중독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자발적인 의사보다는 위기가(Crisis) 이들이 회복으로 나오게 된 주요 요인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즉 알코올 중독문제로 야기된 위기상황들이 그들로 하여금 회복해야 하겠다는 인식을 더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후 Johnson 박사 연구팀은 왜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지막 위기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회복을 미루어왔고, 가족들의 처절한 애원들을 외면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여러 연구조사를 통해서 회복간섭의 필요성을 더욱 인식했고, 가장 효과적인 회복간섭을 위해서는 가족, 친척, 친구, 직장상사가 한데 모여서 중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을 제시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회복시작의 관건임을 알게 되었다.
중독환자의 회복에 관심이 있는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은 그들이 보아온 중독의 위험을 설명해 주고, 술이나 약물에 취했을 때, 또는 도박이나 인터넷 게임과 같은 중독행위에 빠졌을 때, 그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니었던 모습과 당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었는지를 이야기 해주고, 중독이 야기한 관계성의 악화, 학업 및 작업능력 저하, 건강문제 등을 진지하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 효과적인 6단계 회복간섭 준비사항
Johnson 박사 연구팀은 효과적인 회복간섭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사항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적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1. 먼저 중독자의 회복에 관심이 있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 간에 사전 회합을 갖고 회복간섭 절차들을 의논해야 한다.
2. 사전 회합 참여자들로 하여금 중독자가 자신에게 보여준 사건들과 당시 느꼈던 감정을 기록하게 한다.
3. 회합참석자들은 토의를 통해서 중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치료계획과 회복기관을 결정한다.
4. 참석자들은 중독자가 제시하는 회복을 거부할 시에 각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더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의논한다.
5. 참여자들은 한 그룹으로 함께 중독자를 만나서 사전에 준비된 치료계획과 회복내용들을 제시한다.
6. 참여자들은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회복간섭을 실시한 다음에 다시 회합을 갖고 각자의 경험과 앞으로 할 일들을 더 나눈다.
주의할 것은 1~2 사람만 대표로 말을 하게하고, 다른 참석자들은 그 말에 동조한다는 표현과 감정을 표현해야 좋으며, 절대로 복수심이나 분노심에 차서, 또는 정죄하는 태도로 회복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 회복간섭의 2가지 기대효과
우리들은 회복간섭 실시에서 다음과 같은 주요 2가지 이유들을 찾아볼 수 있다.
▣ 첫 번 회복간섭 이유는 중독자의 방어의식(Defenses)을 내려놓게 하기 위함이다.
* 중독물체나 중독행위가 중독자 자신과 주위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야기하고 있고,
* 합당한 치료 및 회복 계획을 경청하게 하고,
* 지체 없이 가족들이 제시하는 회복계획을 수락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의 회복간섭은 여태껏 해온 설득, 협박, 충고와는 다른 차원의 내용으로 사전에 준비된 회복간섭일 수록 간단명료하고 확고한 의사전달이 가능해 중독자를 회복으로 안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두 번째 이유는 회복간섭 참여자들로 하여금 “이제는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일들은 다 했다!”는 말을 중독자에게 공식적으로 전하는 기회로, 이는 회복간섭 가족들로 하여금 중독자를 더 이상 도와주지 못 하는 데서 오는 죄의식(Guilty) 이나 자책감(Self-imposed responsibility)에서 벗어나게 해 주어, 가족 자신들의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중독문제 가정들은 물론 국가차원의 회복정책수립에도 회복간섭 이론을 적용해서 날로 늘어나는 중독자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끝)
이해왕 선교사
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www.irecove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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