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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엄태구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연기하는 게 소망" 연합뉴스|입력 04.14.2021 10:24:54|조회 2,490
"액션보다는 로맨스·멜로 꼭 해보고 싶습니다"
배우 엄태구[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을 포함하면 어느새 17년 차 배우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조·단역,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영화 '밀정'(2016)의 악독한 일본 경찰 하시모토로 보여준 카리스마를 많은 관객은 잊지 않고 있다. 이듬해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외국인 기자가 탄 택시를 모르는 척해주는 군인 역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우 엄태구가 영화 속 강렬한 이미지와 달리 낯가림이 심하고 수줍음이 많은 건 잘 알려진 사실. 한국형 누아르를 대표하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에서 주인공 태구를 연기한 엄태구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보고회와 인터뷰에서 오래 준비하고 연습한 듯한 대답을 차근차근 꺼내놨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배역 이름 옆에 대사가 적혀 있는데, 다 '태구, 태구, 태구'인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촬영하면서 태구로 불릴 때도 역할 이름인지 내 이름인지 생각 안 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습니다."

엄태구는 '나를 생각하고 쓰셨나?' 잠시 행복한 착각도 했지만, 박훈정 감독이 엄태구를 알기 전부터 생각했던 이름이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태구는 범죄 조직의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지만, 많이 지쳐있다. 아픈 누나와 어린 조카 걱정에 일을 그만두려 하고 있던 차에 누나와 조카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태구는 배후의 다른 조직에 복수를 결행한 뒤 제주로 몸을 숨긴다. 그곳에서 삶의 끝에 선 여자 재연(전여빈)을 만난다.
 
영화 '낙원의 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엄태구는 "서울에서 누나와 조카의 죽음을 겪고 시작하는 이야기라 제주도에서도 그 순간과 감정을 잊지 않고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삶의 끝에 다다른 인물을 연기할 때 그의 타고난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위력을 발한다.

"하루 촬영이 끝나면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모니터 앞에 모여서 현장 편집본을 봤어요. 영화 현장에서 처음 하는 경험이었는데, 모두 하나 되는 그 시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다 같이 모여 다 같이 고생한 걸 다 같이 보고 다 같이 손뼉을 치는 현장에 감명을 받았죠."

그렇게 "촬영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제주도의 해 질 녘 해안도로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고도 했다.

엄태구는 친형인 엄태화 감독의 데뷔작 '잉투기'와 '가려진 시간' 등 여러 편의 작품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형이 빌려오는 비디오를 같이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많이 보게 됐다"고 했다.

당시 형과 계속 돌려 보던 테이프가 '명견 실버'다. 여전히 가끔 보고, OST도 듣는다. "'명견 실버' 만큼 제 안에 진하게,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영화는 없다"고 했다.
 
배우 엄태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낙원의 밤'은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극장 개봉 대신 지난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엄태구는 "극장에서 다 함께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많은 나라에 동시 공개되는 건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라며 "다른 나라 관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고 했다.

"해외에 지인이 한 명도 없어서 해외 반응은 들을 수가 없었고, 평소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분에게 잘 봤다고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다", "형도 서로 어색해서 별말 하지 않고, 항상 '좋은데', '괜찮은데'라고 비슷하게 말한다"며 지금까지의 반응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전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쉬는 동안 재활에 전념해 고질적인 통증을 치료하며 잘 보냈고, OCN의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 '홈타운'을 촬영 중이다.

독보적인 목소리와 외모 덕에 장르극에 특화된 배우지만, 엄태구는 언제부턴가 인터뷰 때마다 로맨스와 멜로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작품을 선택할 때 고려하지는 않지만, 액션은 몸이 아파서 쉽지는 않다"며 "로맨스는 액션보다 안 해봤고, 멜로는 더 안 해봐서 안 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좋아하는 멜로나 로맨스 영화를 묻는 말에 망설임 없이 "'8월의 크리스마스'가 생각났습니다. 해보고 싶은가 봅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들이 많이 있는데,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만의 연기를 하는 분들입니다. 저도 저만의 색깔로 그분들처럼 연기를 조금씩 더 잘해 나가는 게 소망입니다."
 
'낙원의 밤' 촬영 현장의 배우 엄태구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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