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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져들어 보게 되는 타인의 삶…다큐멘터리 3편 잇따라 개봉 연합뉴스|입력 10.18.2021 09:48:09|조회 358
'한창나이 선녀님'·'사상'·'울림의 탄생'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속 한 장면





'베놈2',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할리우드 대작이 휩쓸고 간 극장가에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국내 다큐멘터리가 속속 내걸린다.

강원도 산골에 사는 68세 할머니 임선녀 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창나이 선녀님'이 오는 20일 개봉한다.

최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작품으로, 외딴 시골 마을에 터를 잡고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의 소박한 삶을 조명했다.

할머니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소먹이 주랴 고추 말리랴 김장하랴 가만히 앉아 쉬는 시간이 별로 없다. 밤에는 한글학교에서 글도 배우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할머니는 기어코 일 하나를 더 벌인다. 몇 년 전 사별한 남편과 오랫동안 살았던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기로 한 것. 할머니는 직접 망치질, 톱질을 하며 집의 뼈대를 세운다.

83분 러닝 타임 동안 영화는 칠순을 앞둔 평범한 노인의 일상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삶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빠져들어 할머니의 일상을 관찰하게 된다.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할머니의 농담을 듣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영화 '울림의 탄생' 속 한 장면





오는 21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울림의 탄생'도 일흔이 코앞인 임선빈 악기장이 주인공이다. 고아 출신인 그는 한쪽 귀의 청력을 잃은 뒤 북 만드는 장인 밑에서 기술을 배워 그 역시 '북 장인'이 된다. 그러나 최근 나머지 한쪽 귀의 청력도 곧 잃게 될 것이라는 비보를 듣는다.

영화는 그가 어릴 적 처음 들었던 북소리를 재현할 대작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몸도, 날씨도, 아들 동국 씨와의 협업도 마음처럼 술술 풀리지는 않는다. 임 악기장은 60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그때의 북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북을 만드는 과정과 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이다. 임 악기장이 왼쪽 귀에 손을 가져다 대면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멈추고 함께 귀 기울이게 된다.

임 악기장의 삶의 철학은 그가 만든 북처럼 묵직한 울림을 준다. "하는 일이 힘들어도 악을 가지고 계속 반복하면 된다"는 말에서 그가 어떻게 장인의 자리까지 올랐는지 엿볼 수 있다.



영화 '사상' 속 한 장면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사상'은 거처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삶과 노동에 관해 이야기한다. '밀양아리랑', '나비와 바다' 등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박배일 감독이 9년에 걸쳐 촬영했다.

영화에는 박 감독의 아버지 박성희 씨가 등장한다.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기 위해 부산 사상구에서 30년 넘게 일한 아버지를 내세웠다. 그는 산업재해로 손가락을 잃었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주인공은 부산 만덕5지구가 재개발되며 거리로 내몰린 최수영 씨다. 만덕5지구 보상공동대책위 대표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밀려난 사람'이라는 점이다.

'모래 위'라는 뜻의 사상처럼 사회적 약자들의 터전은 너무나 불안정하지만, 카메라는 이들의 일상을 담담히 그렸다. 격정적인 서사나 감독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한발 물러서 아버지와 최 대표의 몸짓을 따라간다. 132분간 이들의 삶을 지켜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갑갑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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