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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겨냥해 2.5m까지 독 내뿜는 스피팅 코브라 독은 "방어용" 연합뉴스|입력 01.22.2021 13:14:52|조회 639
이족보행으로 두 손 자유로운 사람족 공격막기 위해 독 진화
스피팅 코브라 '헤마차투스 하이마차투스'(Hemachatus haemachatus)[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and Callum Mai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독사의 독은 대개 사냥감을 죽이거나 마비시켜 잡아먹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독니에서 독을 물총처럼 쏘는 '스피팅'(spitting) 코브라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공격자를 퇴치하기 위한 방어용 목적으로 맹독을 진화시켜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백만 년 전 이족보행으로 두 손이 자유롭게 된 사람족의 등장이 방어용 맹독을 갖는 선택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영국 뱅거대학교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자연과학과 볼프강 뷔스터 박사 등의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독물총 코브라'로도 불리는 스피팅 코브라의 맹독이 사냥용에서 방어용으로 바뀌는 과정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하며 독을 내뿜는 특성을 보여온 코브라 3종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맹독을 갖게된 과정을 추적했다.

모든 코브라의 독에는 혈액으로 운반돼 세포조직을 파괴하는 '세포독소'(cytotoxin)가 포함돼 있는데, 스피팅코브라의 독에는 '포스폴리파아제(phospholipase) A2'라는 독소가 추가돼 있다. 이 독소가 세포독소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즉각적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연구팀은 스피팅 코브라가 내뿜는 맹독이 가까이 다가오는 상대방의 눈을 겨냥해 최대 2.5m까지 날아가 곧바로 참기 어려운 고통이나 실명을 유발하는 것은 사냥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역적으로 분리돼 다른 진화과정을 거쳐온 종들이 똑같은 방어 메커니즘을 가진 것은 "비슷한 진화적 도전이 종종 같은 해결책을 만들어낸다는 수렴진화의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스피팅 코브라 '나자 누비에'(Naja nubiae)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and Callum Mai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스피팅코브라의 진화 계통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지리적으로 다르지만, 화석 기록상 초기 인간이 등장한 시기에 맞춰 동시에 변화가 이뤄진 흥미로운 점도 발견했다.

뷔스터 박사는 이와 관련, "많은 영장류가 몽둥이와 돌로 뱀을 공격했다"면서 "두 발로 걸어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람족의 등장은 거리를 두고 방어에 적합한 독을 내뿜는 것이 유리한 선택압이 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백만 년 전 초기 인류가 스피팅 코브라의 진화를 야기했을 수 있다는 가설은 인간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생태계에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강조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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