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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여름방학 어학연수지, 베이징서 타이베이로 옮겨 연합뉴스|입력 10.13.2021 10:45:16|조회 432
"초청기관 비우호적 태도…몇년새 中정부 미묘한 태도 변화"
중국 외교부 "인문 교류의 정치화에 반대"
미국 하버드대 캠퍼스

미국 하버드대가 운영하던 여름방학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 장소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대만 타이베이(臺北)로 바뀔 예정이다.


13일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니퍼 류는 초청기관인 베이징언어대학이 우호적이지 않아 내년부터 연수지를 타이베이의 국립대만대학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매체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05년 이후 매년 6~8월 하버드대 학생들이 베이징에 체류하며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우는 등 교류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제니퍼 류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베이징언어대학은 방문 학생들에게 1인실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거나 학생들을 호텔에 함께 묵도록 하는 등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숙소·교실 환경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또 연수기간 중인 7월 미국 독립기념일에 학생들이 작은 파티를 열고 미국 국가를 부르는 행사를 해왔지만, 2019년부터 이를 불허했다는 것이다.

제니퍼 류는 이런 비우호적 환경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후 미국 기관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미묘한 태도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어학연수 프로그램 명칭은 '베이징 아카데미'에서 '타이베이 아카데미'로 바뀌게 된다.

하버드 크림슨은 베이징언어대학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하버드대 페이정칭(費正淸) 중국연구센터의 윌리엄 커비 교수는 하버드대 관련 기관 대다수는 중국을 떠나지 않으며, 베이징 아카데미가 옮겨가는 것은 전적으로 물류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버드대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후퇴하는 게 아니며, 관계를 심화할 가능한 모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대만 매체들도 이 소식에 주목했고,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에는 중국어를 배울 '자유로운 환경'이 있다"고 선전했다.

또 국립대만대학은 당초 2019년 하버드대와 여름방학 어학연수를 논의해 2020년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2022년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인문 교류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외국인 유학생이 중국에 와서 연수하는 것을 항상 환영한다. 유학생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중시하며 유학생의 합리적 우려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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