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코리아 뉴스

우크라 서방전차 80여대 확보했지만…"결정적 한방으론 부족" 연합뉴스|입력 01.26.2023 09:26:40|조회 71
"최소 300대는 있어야 제 역할"…일각서 회의론 고개
기종 혼용에 보급·정비 부담 가중…"기술유출 문제도 수출 지연 원인"
미국 콜로라도 포트 칼슨에 보관 중인 에이브럼스 전차들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100대 가까운 규모의 서방제 주력전차를 지원받게 됐지만, 이것으로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결정적 한방'이 되진 못할 것이란 회의론이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현재까지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주력전차의 대수는 최소 85대로 집계된다.

미국은 이날 M1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원조하겠다고 발표했고, 독일도 자국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다.

특히, 독일이 협력국에 수출한 레오파르트2 전차의 재수출을 승인하기로 하면서,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는 2천대가 넘는 레오파르트2가 우크라이나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미 폴란드는 자국 레오파르트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며 독일에 재수출 승인을 요청했다. 포르투갈과 노르웨이는 각각 4개와 8대의 레오파르트2 전차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찌감치 자국 주력전차 챌린저2 14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영국의 사례까지 포함하면 최소 3개 기종, 85대의 서방제 주력전차가 조만간 우크라이나로 향할 것이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이밖에 스페인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도 레오파르트2 원조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며, 프랑스가 자국제 르클레르 전차를 지원할지를 검토 중이란 점까지 고려하면 우크라이나가 받게 될 서방제 주력전차의 수는 100대 이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확정되거나 검토 중인 서방제 전차들. [AF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이러한 숫자는 우크라이나가 필요하다고 밝혀 온 서방제 주력전차의 규모에는 한참 모자라는 것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들은 최소 300대의 서방제 전차가 있어야 전황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미국 코넬대 소속 전쟁사학자 데이비드 실비는 "서방이 500대에서 1천대의 전차를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막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레오파르트2나 에이브럼스의 성능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곤 해도 100대 남짓으로는 여전히 수천대 넘게 남은 러시아 전차와의 소모전을 벌이기엔 충분하지 못하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방제 전차가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난관으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에이브럼스 전차가 우크라이나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나 인도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미 군사매체 워존은 에이브럼스 전차에 쓰이는 열화우라늄 복합장갑이 신속한 지원을 어렵게 한 원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철도로 이송 중인 에이브럼스 전차들의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를 대비해 따로 보관 중인 에이브럼스 전차가 수천 대에 이르지만 모두 기밀 유출 우려 때문에 수출할 수 없는 열화우라늄 복합장갑이 채택된 장비여서, 별도의 수출용 버전을 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오파르트2는 비교적 빨리 제공되지만 역시 일러야 오는 봄에나 인도가 시작되는 만큼,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비롯한 동부전선 주요 지역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는 현 상황에서 즉각적 도움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자국의 레오파르트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데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제 전차 운용법을 습득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변수다. 통상적으로는 수개월이 걸리지만,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우크라이나군 전차병들이 소련제 전차로 이미 전차운용에 숙련된 상태인 만큼 최소 3∼4주면 에이브럼스 전차를 몰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여러 무기체계가 혼용되면서 보급과 정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러시아의 견제를 피해 서방 전차를 전선까지 이동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사항으로 거론된다.



동부전선에 투입된 우크라이나군 병사와 T-72 전차 [EPA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군은 소련제 무기가 주종인 까닭에 이와 규격이 다른 서방 전차용 탄약과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선 별도의 보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심지어 레오파르트2와 에이브럼스도 개발국이 다른 탓에 부품과 정비체계가 호환되지 않는다.

특히, 에이브럼스는 디젤유를 쓰는 레오파르트2와 달리 항공유를 쓰는 데다 연비가 나쁘고 정비 소요가 커서 이런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이브럼스 전차 1개 대대 58대가 작전에 나서기 위해선, 연료와 부품 등을 옮길 트럭과 견인장비 등 지원용 차량 수십 대와 수백 명 병력이 별도로 투입돼야 하며, 이 경우에도 재보급 없이 작전 가능한 시간은 2∼3일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서방 전차의 전장 투입을 막기 위해 철도나 특수차량으로 운반되는 시점을 노려 폭격을 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NYT는 "위험성이 높고 러시아를 도발할 것이란 우려도 커서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회원국 내에서 무기를 수령해 자국으로 운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
0/300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