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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문화·피아노 연주에 공들였죠" 연합뉴스|입력 01.12.2021 15:41:26|조회 1,359
'소울' 캐릭터 만든 김재형 픽사 애니메이터 온라인 인터뷰
애니메이션 '소울'.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이다.[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는 20일 개봉하는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은 뉴욕에 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이 주인공이다.

재즈와 피아노를 사랑하는 주인공 조는 최고의 밴드와 무대에 서는 날을 꿈꾸지만, 현실은 중학교 밴드 교사. 꿈에 그리던 밴드와 연주하기로 한 날 맨홀에 빠지며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의 모든 움직임을 구현해 내는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재즈 뮤지션인 흑인 주인공을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12일 온라인으로 만난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특유의 문화적 배경에서 나오는 제스처와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스토리 자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며 "같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상의하고, 공동 감독인 캠프 파워의 조언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흑인들의 음악인 재즈 역시 마찬가지. 김 애니메이터는 "조의 피아노 오디션 장면에서 피아노가 제대로 움직이는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떠해야 하는지, 재즈와 음악, 피아노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테스트용으로 피아노 연주 애니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소울'. 흑인 음악인 재즈는 영화의 중요한 주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구에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각자의 성격과 개성을 형성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은 피트 닥터 감독이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와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창조해 낸 상상의 산물이라면, 40대 중반의 나이에도 꿈을 좇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조는 감독 자신이 투영된 캐릭터다.

의대를 나와 의사 일을 하다 뒤늦게 진로를 바꿔 꿈을 이룬 김 애니메이터 역시 "개인적으로 살면서 비슷한 과정을 겪었는데 지금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해볼 만한 작품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고 했다.

수많은 일상을 견디며 살아온 어른들이 이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이 없었다"며 "시험 성적이 좋았고 주변의 기대대로 의대에 갔는데, 일하면서 점점 열의가 줄어들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했다.

"왜 그럴까 한참 생각했어요. 결론은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였죠. 처음부터 내가 결정한 게 아니니까요. 내가 하고 싶은 걸 선택해서 공부하고 일하면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고 결과도 좋지 않을까 싶었고, 병원을 그만두고 나와서 예전에 취미로 휴학까지 해가며 공부했던 애니를 다시 시작하게 됐죠."

30대의 나이에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 입학해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인턴으로 일했던 픽사에 정식 입사하며 '업', '토이 스토리 3', '카 2', '인사이드 아웃', '코코', '온워드'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김재형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피트 닥터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그와 작업하게 돼서 기뻤지만, 사실 스토리를 처음 받아봤을 땐 지금과는 많이 달랐고,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좀 더 어두운 부분이 많았거든요. 조금씩 수정돼 가는 과정에서 단순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결과적으로 처음에 제가 어둡고 어렵게 느꼈던 것과 달리, 많은 분께 치유와 희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서 보람을 느낍니다."

극장이 문을 열지 못하는 미국에서는 '소울'이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디즈니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김 애니메이터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게 제일 좋고 보람되지만,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감상평을 많이 남기는 걸 봤다"며 "어려운 시기에 이런 식으로 개봉을 해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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