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곳곳에서 낙엽을 치우는 송풍기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생활 도구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는 물론 정치적 성향까지 갈라놓는 새로운 분열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빗장이 높아지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을 찾던 유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있습니다. 특히 유학생 비중이 높은 이 곳 캘리포니아주 대학들은 재정 손실과 인재 유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박현경 기자!
1. 한국에서는 빗자루로 낙엽을 쓰는 게 익숙하지만, 미국에서는 주로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Leaf Blower, ‘낙엽 송풍기’를 사용합니다. 단순히 낙엽을 치우는 도구일 뿐인데, 미 사회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거리를 지나다 보면, 아주 강한 바람으로 낙엽 치우는 Leaf Blower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시끄럽고, 먼지도 많이 날리다 보니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어제(1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 전역의 약 200여 개 도시가 개스, 즉 개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이 낙엽 송풍기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부촌인 ‘로워 메리언 타운십’(Lower Merion Township)이 이 금지 대열에 합류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들 간의 찬반 격론이 아주 뜨거웠습니다.
2.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라는 건가요? 단순히 시끄러워서 그런 겁니까?
소음도 크지만, 환경 오염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특히 개솔린 엔진 송풍기가 배출하는 매연이 어마어마한데요.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의 조사에 따르면, 개솔린 송풍기를 딱 1시간 돌렸을 때 나오는 미세먼지 양이요,
자동차를 타고 1,100마일을 주행했을 때 나오는 양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LA에서 덴버까지 운전해서 가는 수준의 오염물질이 나오는 셈입니다.
3. 소음에 환경 오염 문제 말고 다른 문제점도 논란을 일으킨다구요. 그건 어떤 점입니까?
원래 이 도구를 이용해 낙엽을 한데 모아 낙엽을 쓸어담아 버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일부 얌체족들이 자기 집앞에 낙엽을 단지 다른 곳으로만 날려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기 집 낙엽을 바람으로 날려 이웃집 마당 쪽으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어 이웃 간 감정싸움의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4. 환경이나 소음 문제를 생각하면 금지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금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요?
네, 생계가 걸린 조경업체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인데요.
전기 송풍기 같은 경우 개솔린 제품에 비해 힘이 약해서 작업 시간이 더 걸리고, 배터리 비용도 비싸다는 거죠.
실제로 작년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서는 이 문제로 조경사들이 시위까지 벌였고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이곳 LA에서도 1988년에 송풍기 금지법이 발효됐었는데요,
그 때 당시 조경사들이 일주일간 단식 투쟁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Leaf Blower 금지를 반대하는 측은 "규제가 소상공인들을 다 죽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5.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낙엽 송풍기 논쟁이 정치색과도 연결되어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낙엽 송풍기를 금지하자’는 쪽은 민주당 강세 지역, ‘내버려 둬라’는 쪽은 공화당 강세 지역인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과 규제를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도시들은 금지 조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요.
반면 텍사스나 조지아주 같은 보수 성향의 주들은 오히려 "로컬 정부가 송풍기 종류를 차별해서 금지하면 안 된다"는 법을 만들어서 규제를 막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내 사유지에서 내 기계를 쓰는 건데 왜 정부가 간섭하느냐, 이건 재산권 침해라고 보는 겁니다.
6. 낙엽 치우는 기계 하나에도 미국의 정치적 분열이 투영되어 있다는 게 씁쓸하네요. 전직 대통령들 사이에서도 이 기계가 언급된 적이 있다고요?
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할 때 이 기계를 비유로 든 적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매일 창밖에서 시끄럽게 송풍기를 돌리는 이웃 같다"며 피로감을 호소한 건데요.
그러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이웃이 좀 별로일 수도 있지 않느냐, 하지만 그건 그 사람 권리다. 그냥 내버려 둬라”..
그런데 여기서 그냥 좀 내버려 둬.. 이걸 leave him alone 이 아니라 Leaf him alone이라고 했습니다.
영단어 'Leave'와 낙엽을 뜻하는 'Leaf'의 발음이 비슷한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였는데요.
정원 관리 도구 하나를 두고도 양쪽으로 쫙 갈라진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7. 다음 소식입니다. 유학생 관련 소식인데요. 실제로 국제 유학생 감소가 얼마나 나타나고 있습니까?
네, 전체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약 1% 줄어든 정도로 보이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규 유학생이 무려 17%나 줄었다는 점입니다.
즉, 미국 대학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유학생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감소세는 특히 이 곳 캘리포니아에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데요.
미국 전체 유학생 110만 명 가운데 10% 이상, 12.5%에 달하는 약 14만 명 이상이 캘리포니아에서 공부하고 있으니깐요.
그 여파가 얼마나 클지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8. 캘리포니아 유학생 수도 감소했습니까?
네, 이미 올해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C 시스템에서는 전체 학생의 약 12%, 칼스테이트 CSU 시스템에서는 약 3%가 유학생인데, CSU는 올해 1,800명 가량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분석에서는 올해 캘리포니아 유학생이 15%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9. 문제는 ‘돈’ 아닙니까? 그만큼 대학들은 재정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렇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학생은 캘리포니아 대학 재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학생들은 캘리포니아 거주 학생보다 3~4배 비싼 학비를 냅니다.
UC의 경우 유학생은 연간 3만 6천 달러 이상을 더 내고요,
CSU에서는 1만4천 달러 이상 더 많은 학비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공립대 시스템에서만 7,000명 이상이 감소하며, 학비와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경제적 손실이 1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국제 교육자협회가 그처럼 예측했습니다.
10. 재정적인 문제도 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인재 유출 문제도 심각하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이 사실 더 뼈아픈 대목입니다.
국립과학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STEM 박사 과정에서 외국 유학생 비중은 과반에 달합니다.
이들이 미국의 과학 기술 연구와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 인재 풀이 줄어드는 겁니다.
따라서 유학생 감소는 연구 인력이 감소하고, STEM 대학원 과정이 약화되며 기숙사·식당·상권 매출이 감소하는 등 광범위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고요.
대학 측에서도 단기적으로는 예산 조정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 역량이 약해지는 것이 훨씬 큰 위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11. 이같은 유학생 감소에는 아무래도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등 이민 정책 변화 영향이 크겠죠?
그렇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봄 수천 건의 학생비자를 갑작스럽게 취소했다가 다시 복원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때 한 사례로, UCLA 졸업반 사이드 아흐마드는 원래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비자 취소 사태를 겪으며 밤잠을 설칠 정도로 불안에 떨었구요.
결국 졸업 후 미국 대신 호주로 의대 진학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이민 정책, 기억나시는 것만 여러개 있죠.
12개국 대상 전면 여행 금지, 7개국 대상 부분 제한, H-1B 취업비자에 추가 비용 10만 달러 부과, 그리고 연구비 삭감 등 여러 조치가 유학생들의 미래 전망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대학 측의 지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정책 변화가 반복되다 보니 학생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크게 확산됐습니다.
12. 앞으로 대학과 정부는 유학생 감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그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자 정책이 안정화되는 것을 바탕으로 유학생들의 체류 안정성을 보장하고, 대학 차원의 국제 인재 유치 전략을 정비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결국 핵심은 정치적 변화에 따라 학생들의 미래가 흔들리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요.
유학생은 캘리포니아 교육뿐 아니라 기술과 경제에도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런데 정책 불안 속에서 이 자산이 빠져나간다면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