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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타고 씽씽…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조용한 흥행 연합뉴스|입력 01.21.2022 09:22:47|조회 2,048
작가주의·3시간 러닝타임·적은 상영관 등 악조건에도 4만관객 돌파
봉준호 극찬 '젊은 거장' 류스케에 주목…2030에게 신선한 포맷도 한몫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직장인 홍모(27)씨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호평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것을 보고 극장을 찾았다.

홍씨는 "집 근처에는 이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없어서 일부러 꽤 먼 극장까지 가서 조조로 봤다"며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구성과 내용에 감명해 내 인스타그램에도 '인증샷'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드라이브 마이 카'가 여러 악조건에도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1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전국에서 총 4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됐지만 지난 주말에도 관객 2천500여명을 더했다.

개봉 초반 50∼60개에 불과하던 상영관은 한때 90여개로 늘어나기도 했다.

영화계에서는 작가주의 색채가 강한 예술·독립 영화로는 이례적인 흥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시네필'(영화 마니아)만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런 숫자가 나오기는 어렵다"며 "일반 관객으로까지 관객층이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속 한 장면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이브 마이 카'는 떠오르는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실린 동명의 단편을 뼈대로 했다.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남자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가 전속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만나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느린 호흡으로 보여준다.

러닝타임이 3시간에 달하는데, 등장인물의 긴 대화나 연극 연습 장면 등을 롱테이크로 담았다. 극적인 전개나 갈등이 없고 담담하게 관조하듯 연출했다. 이른바 '흥행 공식'이 거의 없는 셈이다.

최근까지 극장 영업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고 '스파이더맨' 등 블록버스터의 개봉 시기와 겹치는 등 외부 조건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름의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감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이 꼽힌다.

류스케 감독은 앞서 이 영화로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고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받으며 젊은 거장으로 주목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드라이브 마이 카'와 함께 류스케 감독을 극찬하며 팬을 자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의 형식이나 잔잔한 메시지가 요즘 나오는 작품들과 차별화됐다는 점도 또 다른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빠른 전개와 다양한 편집 방식, 충격적인 메시지 등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오히려 이런 종류의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90년대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는 이런 영화가 20·30세대에게 오히려 훨씬 더 신선하게 다가갔을 수 있다"며 "관객들 호평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뻗어가서 비슷한 취향을 가진 관객을 또다시 불러 모으는 선순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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