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불현듯 맞닥뜨린 그런 상황에서 마음 속 깊이 숨어있던 내면의 모습, 본성이 드러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 상황이 그렇다.국가는 국가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다양한 모습들을 나타내고 있다.
남녀 관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3~4주 전 미국 시민권자 A씨는 배우자를 찾으러 한국에 왔다. 몇 명의 여성을 만났고, 앞으로 2명의 여성을 더 만날 예정이었다. 이 여성들이야말로 남성이 만나고 싶어하는 스타일이어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시민권자 즉시 귀환령이 내려져서 그는 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오랫동안 준비하면서 기다려온 만남이었기 때문에 그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결혼을 앞둔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미루는 상황에서 결혼식을 치른 용감한(?) 커플도 있다. B씨는 결혼식에 초대할 하객이 많지 않아 내심 신경쓰였다. 한국적인 정서에서 결혼식 하객수를 그 집안의 인맥, 사회적 위치 등과 관련짓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하객이 적으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하객 초청 자체가 어려워지자 B씨는 가까운 사람 몇 명만 초청해서 작은 결혼식을 진행했다.
“결혼식을 미루면 다음 일들이 다 꼬여서 복잡해지거든요. 코로나가 걱정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죠.”
C씨는 한 달여 전에 청첩장을 돌렸는데, 얼마 전 청첩장을 보낸 사람들에게 다시 편지를 보냈다. 지금 상황에서 결혼식에 초청하는 것이 하객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결혼식 규모를 최소화하기로 했고, 축의금은 온라인으로 받기로 했다. 덕분에 결혼식을 차질 없이 치르면서 예식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연애전선에서도 여러 가지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아예 만남을 자제하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개의치 않고 만나는 커플도 있다. D씨는 후자의 경우다.
“자기 몸은 자기가 잘 알잖아요.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저나 여자친구나 다 문제가 되니까 안 만나죠. 생이별을 할 수는 없어 조심해서 만나고 있어요.”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E씨는 난생 처음 SNS 데이트를 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더 줄어들게 돼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다고 한다.
“혼자 사는데, 아무도 안 만나니까 스트레스가 너무 쌓이더라고요. 온라인 매칭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여성을 소개받아 전화와 SNS로 대화하고 있어요. 상황이 좀 나아지면 만나려고요.”
코로나19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혜롭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중에 코로나 확진 판정 받은 사람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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