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현재와 같은 결혼제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혼제도는 시대의 가치와 필요에 맞게 변해 왔다.
예를 들어 원시시대에는 종족 보존을 위한 집단혼 형태였고, 중세로 오면서 아내는 정절을 지키는 대신 남편에게 그에 상응하는 지위를 요구하면서 일부일처제가 성립됐다고 한다.
지금은 100세 시대에 걸맞게 결혼과 배우자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환갑만 돼도 오래 살았다고 하던 시절에는 장성하기까지 20년, 결혼생활의 절정기를 맞이하는 20년, 노후를 준비하는 20년의 인생 사이클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었다.
1981년만 해도 66.2세였던 평균수명은 2018년 82.7세가 됐다.
요즘은 주변에서 80대 부부를 많이 볼 수 있고, 90대 부부도 놀랄 일이 아닐 정도다.
결혼생활도 옛날보다 배 이상은 길어진 셈이다.
그래서 매일 얼굴을 맞대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혼이 많아진 것도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80대 후반인 A씨는 20대 중반에 결혼한 첫 부인과 30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재혼한 현 부인과 30년째 살고 있다.
“30년 결혼생활을 두 번씩이나 하는 걸 보면 내가 오래 살긴 살았나 봐요.
재혼을 안 했다면 30년이란 긴 세월을 홀아비로 살아야 했을텐데, 생각하면 끔찍해요.”
100세 시대의 결혼은 세 가지 양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결혼생활이 길어지면서 오랫동안 사랑하고 서로 배려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 한다.
물론 이것은 마치 백사장에서 못을 찾는 것처럼 어렵다.
둘째, 농담처럼 “결혼을 2~3번 해야 하는 시대 아닌가”라고 할 정도로 한 사람과 해로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재혼은 물론 삼혼도 늘고 있다.
셋째, 배우자와는 별도로 친하게 지내는 이성 친구를 두는 것이 고려되기도 한다.
요즘말로 하면 남사친(남자사람친구)나 여사친(여자사람친구) 같은 경우다.
이를 통해 부부관계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해소하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성에 끌리고, 이성과의 관계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신의 섭리다. 이런 측면에서 배우자, 나아가 이성에 대한 개념이 바뀌지 않는 이상 100세 시대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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