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이혼이 늘고 있다. 황혼 이혼도 많다.
통계를 보니 지난 20년 간 전체 이혼은 35% 줄었는데, 황혼이혼은 28%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결혼기간 20년 이상 된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의 35.6%나 됐다.
이혼한 부부 10쌍 중 3쌍 이상은 황혼 이혼인 것이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에는 혼자 된 70대, 80대, 심지어 90대 싱글들도 있을 정도다.
나이가 들면서 남성들은 은퇴를 하고 힘이 빠지고, 여성들은 발언권이 강해진다.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도 늘어난다.
그리고 과거처럼 이혼을 터부시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불행한 결혼을 청산하려는 분들이 많다.
몇 년 전 황혼 이혼을 한 남성이 있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이성을 만나고 있었는데, 그 후 다시 연락이 닿았을 때는 병석에 있었고, 그리고 얼마 전 걱정스런 마음에 전화를 해보니 결번이었다. 돌아가신 게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분들 중에 이런 경우가 많다. 여성도 남성보다 덜하기는 해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오래 살아온 분들이지만, 혼자가 되는 삶은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이다. 풍부한 연륜과 지식도 이런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오랫동안 참고 살다가 이혼을 했는데, 그 다음에 또 고민과 걱정이 생긴다.
혼자 어떻게 살지? 늙고 병들면 어떻게 하지? 그러다가 후회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A씨 부부는 젊은 날부터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성격과 생활습관, 식성도 서로 달랐다. 하다 못해 남편은 열이 많은 체질이고, 아내는 추위를 많이 타서 각방을 쓴지 오래 됐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 안맞는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수십년을 함께 살았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이혼을 하지 않은 것은 처음에는 자식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혼한 커플을 보며 깨달은 부분도 있고, 100% 배우자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고비 고비를 넘기며 살았는데, 어느 날 TV에서 졸혼한 배우 얘기가 나오더란다.
자녀들도 다 커서 독립을 했고, 부부 둘만 살기에 집이 너무 커서 평수를 줄일까 하던 차에 자연스럽게 소형 아파트 두 채를 마련해서 부부가 따로 살게 됐다.
몇 년을 그렇게 따로 지내면서 자유로움 만큼 외로움도 느꼈고, 서로 미워했던 감정도 희석됐다고 한다. 자녀들이 있으니까 종종 만나게 되고, 집착하지 않고 편안하게 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다.
그러던 중 여성이 암 진단을 받고 많이 아팠다. 자녀들은 멀리 있거나 바빠서 엄마를 잘 돌보지 못했고, 보다 못한 남편이 아내 간병을 맡으면서 살림을 합치게 됐다.
지금은 아내의 병이 완치됐고, 부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감정으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 측은함,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도 크다고 한다.
이혼을 했다면 관계가 끊기지만, 졸혼은 여전히 부부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다.
이혼을 하면 젊은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자녀들에게 의지하기도 그렇고, 혼자 사는 건 더 힘들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게 힘들어서 이혼을 하는 건데, 이혼까지 가지 말고 졸혼을 해서 각자 시간을 갖는다면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갈 방법이 생긴다.
부모의 관계가 안좋다면 자녀들도 이혼보다는 졸혼을 권하고, 부모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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