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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주 칼럼에서 “저도 오늘 여러분과 제 생각을 함께 나누지만, 제가 다음주에 또 여러분을 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살면서, 매일 죽어가는데도, 우리는 그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지도 못한채, 막연히 내일을 기약하며 살아갑니다.”라고 말씀 드렸었는데, 지난 주에, 저와는 아주 가까웠으면서도 아주 멀었고,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서도 가장 힘들게했으며, 정치적으로도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나뉘어 티격태격했지만, 한인사회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가장 믿을 수 있었던 한인사회 일꾼 한 분이, 58세라는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근에 만났을때만 해도, 얼굴도 구리빛으로 건강해보이고, 몸무게도 많이 줄어서, 아주 보기좋다고 칭찬해 주었었는 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너무 뜻밖의 소식을 들어서, “아니 어떻게...” 한 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멍하게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이 분은 한국이름이 리차드 최이고, 지난 토요일에, 로즈 힐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
제가 지난 30년 동안 한인사회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달변가였고, 자기 생각이나 논리가 정연하였으며, 어른들을 잘 모시고, 후배들로부터 두주불사하며 재미있게 놀아주는 선배로 인정받았던, 정말 한인사회와 관련된 일이라면 만사 제처놓고 달려왔던, 한인커뮤니티는 정말 유능한 인재 한 명을 잃었습니다.
마이크 혼다의원이 위안부, 아니 일본군 성노예문제에 깊이 간여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정치인들과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고, “하이”하며 인사나 하는 관계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진 사람이 바로, 리차드 최 전 한미민주당협회 회장이었습니다.
특히 클린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과 아주 가까운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이번에 만약에 힐러리 클린톤 전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인사회와 백악관과의 관계가 아주 수월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한미연합회 전국회장을 맡았을때, 오렌지카운티지부 회장을 맡아, 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와 정치인들과의 가교를 만들었고, 함께 전국컨벤션을 조직하며, 제가 어려운 부탁을 해도, 이를 아무렇지 않게 처리해주었고, 여러면에서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졌던, 앞으로 과연 이만한 능력과 실력을 가진 인재가 또 나올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커뮤니티는 좋은 인재 한 명을 잃었습니다.
저와는 소속 정당이나 생각이 많이 달랐지만, 논리정연하고 열정적인 상대를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었습니다. 우리는 힘든 상대가 있어야 발전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제게는 마치 거울과도 같았던, 저의 부족하고, 약한 모습을 많이 보게해 준, 가장 많이 다투었으면서도, 가장 많은 일을 함께했던 동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 빈 공간을, 누가, 어떻게 채워갈 지 걱정이 되지만, 제 2, 제 3의 리차드 최와 같은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합니다.
열정적으로 한인사회를 위해 뛰어다녔던 고인에게, 그 동안 너무나 수고했고, 또 고마웠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